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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개도국` 포기 시사…홍남기 "국익 우선해 대응"
기사입력 2019-09-2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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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맨 오른쪽)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07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미국이 제시한 시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사실상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자칫 미·중 무역분쟁의 불똥이 한국으로 튈 수 있는 데다 개도국 지위 포기에 따른 피해보다 유지에 따른 후폭풍이 훨씬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WTO에서 다른 개도국들이 우리나라의 개도국 특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향후 개도국 특혜를 유지할 수 있을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익을 우선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이어 "개도국 특혜는 향후 국내 농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으로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전체적인 뉘앙스는 국익을 우선해 WTO상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는 쪽에 무게가 실렸다는 평가다.


그동안 누려온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장기적으로 농업 분야 타격은 물론 당장 농민단체나 농민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겠다고 '마이웨이'에 나서면 가뜩이나 미국의 거센 통상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정부로선 추가적인 보복은 물론 미국과의 정면 대결에 나서야 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도 개도국 지위 결정에 따른 이해득실을 놓고 관계부처 간에 치열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를 결정하라며 제시한 시한은 다음달 23일까지다.


정부는 대외경제장관회의를 한 차례 더 열어 개도국 지위에 대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가 사실상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의 공세를 견뎌낼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에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브라질, 대만 등이 줄줄이 백기를 들었다.

특히 한국은 미국이 제시한 개도국이 될 수 없는 4개 기준에 모두 해당하는 유일한 국가다.

게다가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자칫 불똥이 한국에까지 튈 수 있다는 부담도 크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국이 계속 개도국으로 남는다면 중국과 인도가 한국을 핑계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자칫 미국 대 중국의 싸움이 미국 대 한국의 싸움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마무리되며 한미 간 통상 쟁점이 정리됐다지만 미국은 그동안 수차례 통상 압박을 가해온 데다 자동차 분야 무역확장법 232조는 11월로 최종 결정이 연기돼 여전히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다만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내년 선거를 앞두고 농민단체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정부로선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1996년 OECD에 가입하면서 농업 분야에서만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기로 하고 농업 분야에서 관세 혜택을 받아왔다.

개도국 특별품목으로 지정되면 관세율 513%를 유지할 수 있고 개도국 민감품목(433%), 선진국 민감품목(393%), 선진국 일반품목(154%) 순으로 관세율이 낮아진다.

홍 부총리는 "현재 논의 중인 WTO 농업협상이 없고, 예정된 협상도 없는 만큼 한국은 농산물 관세율, 보조금 등 기존 혜택에 당장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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