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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먹어치운 자동화…불평등의 시초였다
기사입력 2019-09-2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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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미국 민주당 대통령 예비후보 앤드루 양의 이야기로 시작하자.
매월 18세 이상 모든 미국인에게 1000달러를 지급하는 앤드류 양의 핵심 공약 '최저소득보장제도(UBI)'는 '예고된 태풍'으로 은유된다.

'자동화에 따른 대규모 실업'의 충격을 완화할 기본소득 보장이 UBI의 취지다.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시범으로 10가구를 추첨하겠다는 발표에 신청자는 45만가구를 넘겼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외신 보도도 있었다.

무려 200년 만에 소생한 러다이트(Luddite·신기술 저항 운동) 계열의 거대한 실험을 두고 후보자 앤드루 양은 "자유 배당"이란 수사까지 겸했다.


직업의 47%가 자동화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통계, 시민의 85%가 로봇 제한 정책에 찬성한다는 설문은 앤드루 양을 미국의 다크호스로 급부상시켰다.

도널드 트럼프의 팔을 비틀고 앤드루 양이 패권을 움켜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UBI에 대한 관심은 자동화에 저항해온 인간의 역사와 무관치 않다.

홀로 학습하는 지구상 두 번째 피조물인 인공지능(AI)이 첫 번째 피조물을 통제하는 미래가 연일 예고되는 오늘날, 이 책은 호모 사피엔스의 '자동화 300년사'를 훑으며 양극화와 불평등을 사유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나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 가닿을 법한 책이라면 과찬일까.
처음부터 기술이 대량 실업을 유발한 건 아니었다.

망원경이 발명돼 목성을 더 가까이서 관찰하게 됐어도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은 적었다.


노동 대체 기술의 차단 여부는 이익을 얻는 위치에 앉은 이가 누구인지, 또 저 '누구'를 지지하는 정치권력의 분배 정책에 따라 상이했다.

영국발 산업혁명이 석탄 매장량에 따른 우연이라는 흔한 해석과 달리, 이 책은 영국의 산업혁명 이유를 "기계화로 이익을 볼 상황에 있던 사람들이 정치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지주들의 패권은 상인의 유동적인 부로부터 도전을 받았고, 이들은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 신흥 계급의 대오를 가다듬었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반란을 도모할까 두려워 기술보다 사람을 선택했던 정부도 서서히 기술 곁에 서기 시작했다.

민족국가가 부상하고 군주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정복 당하지 않으려면 기술 진보가 필수였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말한다.

"이제 외부 위협이 아래로부터의 위협보다 커졌다.

엘리트 지배 계급은 '혁신가들' 편에 서기 시작했다.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을 근로자가 45%에 달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올해 4월 발표했다.

산업 자동화로 대량 실업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사진은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에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온 민원인이 취업 희망 다짐문을 읽는 모습. [매경DB]

강한 정치세력으로 부상한 새 계급은 노동자를 희생시켜도 본인들이 잃을 게 별로 없음을 자습했다.

성난 노동자는 외면당했고 압도적인 이득은 자본가의 지갑만 불렸다.


20세기에 들어서며 상황이 바뀌었다.

신기술이 고용의 기회를 엄청나게 늘렸다.

노동자들은 안도했고, 저자는 이 시기를 '대평준화 시대'로 본다.

"카를 마르크스의 프롤레타리아 계급 구성원들이 확고하게 중간 계급이 될 정도로 만인(萬人)을 더 잘 살게 만들었다.

" 자유방임주의 정권에 투표하면서도 실직자의 개인 비용만큼은 소폭으로 완화해주는 '20세기 사회계약'을 노동자는 웃으며 수용했다.


반전에는 한 세기도 걸리지 않았다.

컴퓨터는 대대적인 평등화를 추구하기는커녕 공장과 사무실에서 중간 소득 일자리를 먹어치웠다.

중산층은 무너졌다.

불평등은 심화됐다.

우리가 처한 세계의 초상이 저렇다.

기술의 진보가 중산층 행렬에서 자신을 낙오시켰음을 노동자들은 뒤늦게 깨달았지만 19세기 초 실패한 러다이트가 그랬듯 자본가에 유리한 사회 시스템은 혁명을 원천 제거하며 쳇바퀴를 돈다.

노동의 가치는 폄하됐고 임금 하향 압력은 거세다.


기술을 부인하고 봉건제와 농노를 부활시키자는 역류의 기조가 책의 핵심은 아니다.

저자는 AI가 몰고 올 자동화를 낙관한다.

더 부유해질 수 있고, 더 성장할 수 있으므로. 문제는 시간이다.

"자동화의 새벽이 오기 전 공장에 모여들었던 그들을 위한 새 일자리는 열릴 것 같지 않다.

" 대량 실업의 공포는 포퓰리즘 정당의 수를 증가시킬 것이라는 견해도 내비친다.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는 UBI는 포퓰리즘의 전초일지도 모른다.

노동자의 일자리와 자본가의 부란 양자의 저울에서 기술이 후자만을 위해 사용된다면 미래는 인간적이지 못하다.


한편 옥스퍼드 마틴 스쿨에서 기술·고용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이 책의 저자는 26일 열리는 제20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 '기술의 덫'을 주제로 강연한 뒤 사인회를 연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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