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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눈엣가시 슈퍼매파 `퇴장`…미북협상 속도낼지 촉각
기사입력 2019-09-1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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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전쟁광' '인간 오작품'이라고 비난하며 눈엣가시처럼 여겨왔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0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경질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아프가니스탄 등 외교 현안이 일제히 정체된 가운데 강경책만을 제시해온 볼턴 보좌관을 결국 '토사구팽'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외교 무대에서 사라지면서 미·북 실무협상 재개에 응하기로 한 북한의 기대치는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으로 미·북 간 대화 국면이 시작된 뒤 북한과의 협상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비마다 등장해 '배드 캅'을 자임하면서 북한의 무리한 요구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했다.


대표적 사례가 2월 하노이 정상회담이었다.

그는 예정에 없이 협상 테이블에 배석해 '노 딜'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백악관 입성 직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은 합법적 자위 수단"이라고 주장했고, 취임 직후인 작년 4월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선핵폐기 후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리비아식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말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무산 직전까지 갔었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엔 북한에 대한 발언 횟수가 크게 줄었으나 5월 말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볼턴 당시 보좌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정부 고위 인사 가운데 제재 위반이라는 첫 공개 발언이었지만 이내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묵살됐다.

북한 외무성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을 속삭이는 호전광"이라며 "안보 파괴 보좌관이자 인간 오작품"이라고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이처럼 북한이 장애물로 생각했던 대북 강경파가 퇴장했다는 것은 상징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실무협상을 앞두고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여지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국내외에서도 극명하게 평가가 엇갈렸던 인물이다.

진보 진영에선 볼턴 전 보좌관이 미·북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비판한 반면 보수 진영에선 북한과의 어설픈 협상을 방지할 마지막 '안전판'이라는 신뢰를 받았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1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연히 북한에는 좋은 메시지"라며 "볼턴 방식이 결국 '리비아 방식'인데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게 미국 정부 내에서도 인식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큰 틀에서 대결주의자가 물러나고 대화주의자가 온다면 북·미 대화와 한반도 비핵화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며 "긍정적 시그널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북한과의 협상에서 조기에 성과를 거두길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 내에서 별다른 제동 없이 북한에 일방적 양보를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한 가지 변수는 실무협상 미국 측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국가안보보좌관 물망에 오른다는 점이다.

의회에서 외교정책 전문가로 오랫동안 활동한 비건 대표는 기본적으로 대화에 무게를 싣는 비둘기파로 평가된다.


한편 이번 경질의 결정적 배경은 탈레반과의 협상 문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볼턴 전 보좌관은 탈레반 지도자들을 캠프 데이비드에 초대해 협정 체결을 논의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경질에 대한 미국 내 평가도 엇갈렸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랜드 폴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정책에 뛰어난 본능을 갖고 있다"며 "그와 관점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보좌를 받아야 한다"고 옹호했다.

볼턴 전 보좌관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나와 볼턴은 여러 지점에서 관점을 달리했다"며 사실상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반면 밋 롬니 상원의원은 "백악관과 미국에 특별한 손실"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적성국의 선의를 믿지 않는 '네오콘'의 후계자였던 볼턴 전 보좌관이 물러나면서 미국 외교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시리아, 예멘 등 중동 지역에서 미군 철수를 원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또 이달 말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전격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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