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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군사 방위기구 신설…미·중·러에 힘으로 맞선다
기사입력 2019-09-11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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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강한 유럽'을 표방하며 군사방위기구를 신설하기로 했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에 맞서 EU도 자체 방위 능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제사회에서 힘의 논리에 기반한 정치·경제 질서 구축 작업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차기 EU 집행위원장 내정자는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차기 집행위원단 27명 명단을 공개하면서 EU 집행위원회 산하에 방위·우주 분과를 신설하고 실비 굴라르 프랑스 전 국방장관이 분과 집행위원을 맡는다고 발표했다.

EU 집행위에 방위와 관련된 분과가 창설된 것은 처음이다.


폰데어라이엔 내정자는 "EU는 결코 군사동맹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회원국들의 군대에 대한 공통적인 (무기 등) 조달은 매우 중요하다"고 분과 신설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해당 분과 정책 분야 등에 대한 구체적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외신은 당초 맺은 EU 군사협약을 바탕으로 한 신무기 개발·배치, 우주 무기 개발 등을 주된 업무로 예측하고 있다.

EU는 2017년 영국, 덴마크, 몰타를 제외한 역내 25개국 정부가 분담금을 내 군사공동체를 발전시키고 군대를 배치하는 조약에 합의했다.

관련 재원은 EU 국방연구에 배정된 재정 예산에서 조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발표를 두고 폰데어라이엔 내정자가 내세운 '강한 유럽'을 위한 초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미국에 의한 EU 안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방위 분과를 신설한 것은 EU의 (군사적) 영향력 감소를 막기 위한 새 내정자의 복안"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7월 폰데어라이엔 내정자는 당선 소감으로 "강하고 단결된 EU를 만들겠다"며 "외부의 누구도 우리를 분열시킬 수 없게 다시 단결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공개된 새 집행위원 면면들도 이 같은 의도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후 관계가 경색된 미국을 겨냥하는 인사들이 주요 분과 집행위원으로 결정돼 EU가 향후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의 대결 구도를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드러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를 압박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맞선다는 심중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구글, 애플 등 미국 초대형 정보기술(IT) 기업 저격수라 불리던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현 EU 경쟁 분과 집행위원을 유임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마르그레테 위원은 EU 디지털 정책을 맡는 수석 부위원장까지 겸직한다.

그는 1기 임기 중 애플, 구글, 구글 모회사 알파벳 등에 대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 질서를 해쳤다며 사상 최고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미국 IT 업체를 강력히 견제해왔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마르그레테 위원을 두고 "택스 레이디(Tax lady)" "미국을 싫어한다"고 말할 정도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그는 로이터TV와 인터뷰하면서 "페이스북 가상화폐 리브라와 아마존 등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역 분과 집행위원직에 필 호건 현 농업 분과 집행위원을 임명한 데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논리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EU 뜻이 드러난다.

호건 위원은 이날 아일랜드 공영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확실히 무역협정보다는 무역전쟁을 선호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행보가 무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 그는 "중국이 어떠한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 행동은 미·중 양측 경제를 개선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FT는 "호건은 전임자와 달리 비타협적 접근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로뉴스는 새 집행부가 담당하게 되는 EU 차기 예산안에서 그동안의 재정준칙을 완화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EU는 회원국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 이내로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국가 부채 비율을 60% 이내로 유지한다는 재정규칙을 도입했다.

그러나 최근 7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인플레이션 비율이 올해 목표치에 비해 현저히 낮게 산출되고, 역내 최대 경제대국 독일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지표가 잇따라 나오자 폰데어라이엔 내정자 등 EU 고위급 관계자들이 선제 대응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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