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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부로 설립된 과학관은 살아있다
기사입력 2019-08-1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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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욕과 워싱턴의 과학관·박물관·미술관을 다녀왔다.

그전에도 방문한 적이 있지만 이번 방문은 새로웠다.

지난해부터 과학관 전시 역량을 강화하는 정부 과제를 시작한 뒤로 고민할 거리가 많아진 까닭이다.

무엇보다도 과학관·박물관·미술관을 통해 관람객에게 과연 무엇을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서 내 나름의 답을 찾고 싶었다.

전시관은 관람자에게 무엇을 전달해야 할까.
첫째, 기부의 가치이다.

기부는 고귀하고 가치가 있다.

기부자가 전시관을 혹은 전시품을 기부하는 순간 많은 것을 잃기 때문에 더 그렇다.

어렵사리 모아온 개인 재산을 내놓아야 하고, 소중한 개인 소장품을 내놓아야 한다.

물론 기부자가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기부자는 많은 것을 얻기도 한다.

그들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그들의 이름은 오래도록 역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전시관 기부자는 기부를 통해 인간의 가치를 고양시키고 그렇게 고양된 인간의 가치를 관람객과 공유한다.

적어도 기부한 사람에 대한 존경심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그렇다.

그런 만큼 과학관·박물관·미술관에는 되도록 기부자의 숭고한 뜻을 전시물에 버무려서 전시해야 한다.

기부로 전시관을 짓고, 전시물을 수집하고, 전시물 수집에 평생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야 한다.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항공우주 박물관, 허시혼 미술관, 미국 역사 박물관, 고문서 박물관.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들은 모두 개인 혹은 기관의 기부로 만들어진 것이다.

"기부되지 않은 것은 전시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국에 기부 문화가 활성화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둘째, 과학관·박물관·미술관의 전시는 인류의 지식을 증진·확산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영국의 재력가 제임스 스미스슨이 자신의 유산을 미국에 기탁하면서 당부한 말이다.

스미스슨의 유언을 실현하기 위해 미국 의회는 8년간 토론을 했고 대학이 아닌 전시관·도서관·연구소의 기능을 모두 할 수 있는 기관으로 1842년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을 설립했다.

따라서 전시관에 전시물을 비치할 때는 그 전시물이 과연 인류의 지식을 증진시키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단편적인 수집품을 일관성 없이 모아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누군가의 기부로 전시관이 설립되고 전시물이 기증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부자의 숭고한 뜻을 오래도록 기릴 수 있도록 국가는 그런 전시관의 운영과 유지 그리고 확대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고 인류의 지식을 증진시킬 수 있다면 개인의 기부로 설립된 전시관의 운영과 시설 확대를 국가가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스미스슨과 많은 기부자의 기부로 시작됐지만 미국 정부는 그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수천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100년 이상 지속된 미국 정부의 지원이 없었다면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명성은 유지되지 못했을 것이다.

기부에 대한 정신도 큰 손상을 입었을 것이다.


한국에도 어린이 과학관과 박물관 등이 추가로 설립될 예정이라고 한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기부에 대한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누군가가 전시관 설립과 전시물 기증에 통 큰 기부를 하고, 그것을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재미를 유발하고,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전시도 좋다.

그렇지만 기부의 가치를 전달하는 전시보다 더 좋은 전시는 드물다.


이번 미국 동부 전시관 방문을 통해서 이전에는 몰랐던 많은 기부자들을 알게 되었다.

그들과 그들이 기증한 전시물에 대한 기억이 나에게 과학관·박물관·미술관이 살아 있다는 감동을 주고 있다.

한국도 기부로 설립되는 과학관·박물관·미술관이 많아졌으면 한다.


[한동수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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