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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작가의 집은 어디인가
기사입력 2019-08-1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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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작가의 집은 글을 쓰는 책상 앞이다.

그런데 그 책상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독일 작가들이 글을 쓰기 위한 제2, 혹은 제3의 거주지를 갖고 있는 사례를 드물지 않게 보았다.

자기 소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작은 월셋집, 혹은 아파트 방 하나를 장기 임차한 때도 많다.

독일이라고 작가들이 더 부유한 것은 아니고, 전업작가로 살기 힘든 것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들은 글 쓰는 공간의 확장과 확보에 더 적극적으로 보인다.

도시의 번잡한 인간관계를 벗어나 조용히 글을 쓰는 것이 목적이라면 시골이나 전원에, 출판사 방문이나 낭독회 혹은 대학 강의 등을 이유로 특정 도시로 여행할 일이 자주 있다면 그곳에 작은 집을 따로 얻는다.


흔한 예로 베를린과 뮌헨에 각각 집이 있고, 좀 더 여유가 된다면 프로방스나 이탈리아 등 외국에 공간을 마련하는 식이다.

자신이 머물지 않을 때는 그 공간을 친구에게 빌려주기도 한다.

결혼이나 동거 등을 이유로 파트너와 살림을 합칠 때 원래 집을 작업실로 그대로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주로 작가 커플에게 이런 경향이 있는데, 그들은 가까이 살며 자연스럽게 저녁 부부, 혹은 주말 부부가 된다.

나는 이런 형태의 파트너십이 흥미로웠는데, 글을 쓰기 위한 자신의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태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 작가들도 작업실이란 명목으로 별도 공간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아는 한 대부분 매일매일 작업을 위해 출퇴근하는 사무실처럼 사용하는 듯하다.

나는 독일 작가들과 한국 작가들의 글쓰기 공간 운용방식 차이가 흥미로웠다.

그 이유에는 세입자의 장기적인 거주가 보장되는 독일 부동산 정책과 더불어 한국의 두드러진 서울 중심 경향도 한몫하는 것 같다.

출판과 책에 관련한 일들이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다른 도시로 여행할 일이 자주 없는 것이다.


독일 친구인 W는 고향 부모님 집에 자신의 공간을 유지하고 있고 정기적으로 방문해 그곳 자연 속에서 글을 쓴다.

베를린 작업실에서는 필름 편집 작업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베를린 인근 정원 오두막의 고요 속에서 글을 쓰고 영화를 구상한다.

그는 이 세 곳이 모두 창작활동을 위해 필요한 장소라고 한다.


한국 집에서는 번역을 하고 외국에 있을 때면 내 글을 쓰는 생활을 오랫동안 유지해온 나는 한국에도 외국에도 별도의 작업실 공간은 없다.

하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한국의 다른 도시에, 그리고 더욱 여유가 있다면 외국 어딘가에 글을 쓰기 위한 집을 갖고 싶다는 소망은 있다.

글을 쓰기 위한 장소를 찾아 헤매는 일, 그것은 항상 내 글을 이루는 가장 처음이기도 했다.


[배수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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