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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법 규제 안풀면 일본과 경쟁 안돼"
기사입력 2019-08-1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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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가 12일 전경련에서 열린 한국경제연구원 `소재·부품산업, 한일 격차의 원인과 경쟁력 강화 방안`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정부가 소재·부품 국산화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법·규제를 포함한 경영환경 개선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소용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화학물질 평가와 관리 규제'에서 보이는 차이가 한일 소재·부품 산업 격차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같은 규제가 불필요하게 중복돼 비효율성만 크면서 정작 국민의 안전은 제대로 담보하지 못하고 산업 발전만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곽노성 한양대 과학정책학과 특임교수는 12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소재·부품 산업, 한일 격차의 원인과 경쟁력 강화 방안' 세미나에서 "화학물질 평가 규제 강도를 주요 국가별로 살펴보면 일본, 미국,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순으로, 일본과 한국이 극명히 대비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과 미국은 신규 물질만 신고하지만, EU와 한국 화평법은 신규 물질과 기존 물질을 모두 신고하게 돼 있다.

다만 EU는 한국처럼 기존 물질 신고제를 운영하지만, 평가 과정을 전면 공개하고 민간 의견을 수렴한다.

비공개 깜깜이식으로 진행하는 한국보다 평가가 유연하다.


또한 화학물질 관리 관련 법률 측면에서도 일본 화관법은 562종을 관리하지만, 한국 화관법은 1940종 이상을 관리하는 등 관리 대상에서 약 3.5배 차이가 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유해성을 평가하지만 일본은 위해성을 본다.

위해성은 유해성에 노출되는 정도(노출량)를 평가하는 것으로, 그 물질이 실생활에서 위험한지를 보는 것이다.


부처마다 법률이 제각각 운영돼 비효율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의 화학물질 등록 규제는 현재 화평법·화관법 외에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있다.

화평법과 화관법은 환경부에서, 산안법은 고용노동부에서 나눠서 운영한다.

화학물질 관리 역시 화관법, 산안법, 연구실안전법 등 3개 법으로 중복 규제하고 있다.

곽 특임교수는 "화관법과 화평법은 유해물질 정의가 달라 연계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률의 전면 재정비와 화학물질 규제를 일본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도 "환경부는 인력을 3년 사이에 25% 증원하면서 규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고, 최근에는 주민 반대로 용인의 데이터센터 건립이 무산된 것처럼 과학기술계와 산업계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 사회의 현대 과학기술에 대한 수용 능력 증대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규제는 풀어 기업의 역량을 높여주되 평가 역량 등을 강화해 실질적인 안전성은 추구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곽 특임교수는 "국내 화평법과 화관법은 기업에도 평가 책임을 부과하고 있어 비슷한 평가를 반복하고 있다"며 "현행 민간 중심 평가를 정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한국의 소재·부품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는 대부분 동의했다.

하지만 '완벽한 국산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이 교수는 한국 소재·부품 산업의 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자원부족국가로서 필요 소재를 수입해야 하므로 완벽한 국산화는 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일본 수출규제의 대상인 고순도 불화수소의 탈일본화는 중국산 저순도 불화수소 또는 형석과 황산 수입의 증가를 의미할 뿐이라는 것이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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