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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없는건 거절하세요, 공짜라도…그게 `제로 웨이스트` 시작"
기사입력 2019-07-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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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소비, 세상을 바꾼다 ① ◆
미국 쇼핑몰 아마존에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70권 이상의 책이 뜬다.

이 중 가장 많이 팔린 책이 2013년 발간된 '제로웨이스트 홈(Zero waste home)'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사는 비 존슨 씨가 두 아이와 쓰레기 줄이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전 세계 수백 명 이상의 블로거와 포장재 없는 상점 주인 상당수가 "이 책을 읽고 새로운 생활방식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최근 '서초구 세계인의 날' 행사 강연차 덜위치칼리지 서울 영국학교를 찾은 존슨 씨는 "꼭 이상하고 불편하게 살지 않아도 환경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점에 사람들이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름 10㎝, 높이 10㎝ 크기의 작은 유리병을 보여주며 그의 가족 4명이 지난해 살면서 배출한 쓰레기 전부라고 밝혔다.


2006년께 플라스틱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깊은 인상을 받은 그는 꼭 필요한 물건만 포장 없이 사고, 재활용을 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블로그에 옮겼다.

2008년 뉴욕타임스가 이 블로그를 소개하며 그는 일약 슈퍼스타가 됐다.

"'너희는 그냥 한 가정일 뿐이다' '너희는 세상을 못 바꾼다'는 비난이 쏟아졌죠. 그런데 이 운동이 퍼져나갔어요. 포장 없이 상품을 파는 가게와 재활용 숍이 생기고, 기업들이 포장을 개선했어요. 10년 전엔 이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 몰랐어요."

그가 주장하는 제로웨이스트 실천방법은 5R로 요약된다.

필요 없는 물건을 거절하고(Refuse), 쓰는 양은 줄인다(Reduce). 일회용 대신 여러 번 쓸 수 있는 제품을 산다(Reuse). 재활용(Recycle)은 다시 쓸 수 없을 때만 한다.

되도록 썩는 제품을 사용해서 매립(Rot)해 자원을 순환시킨다.

가장 중요한 건 거절이다.

그는 명함을 받지 않았다.

공짜 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공짜 비닐백, 종이 명함, 냅킨을 받아 쓸 때마다 '우린 플라스틱 펜을 좋아해요'라는 신호를 제조업체에 주는 거예요. 그럼 그 공급량을 맞추기 위해 석유를 더 캐내 플라스틱을 만들어야 하죠. 결국 쓰레기 문제가 됩니다.

"
그는 옷장에 둔 15벌의 옷만으로 사계절을 나고, 일회용 면도기 대신 전기 면도기를, 쓰고 버리는 생리대 대신 생리컵을 사용한다.

화장품은 꼭 필요한 한 가지 크림만 사고, 입술에 바르는 밤(연고)이나 마스카라는 1년에 두 번 만들어 쓴다.


13년간 불필요한 소비를 쳐내자, 삶 자체가 단순해졌다.

"환경을 생각하면 파머스 마켓에 가고 유기농을 사니 돈이 많이 들 것 같죠. 하지만 재정적으로도 불필요한 소비 없이, 우리가 가진 데 만족하고 대체품이 꼭 필요할 때만 사게 되면 40% 이상 예산이 줄어요." 옷은 대부분 중고가게에서 사고, 특별한 날엔 스카이다이빙, 번지점프 등 '경험'을 선물했다.

아이에게 그런 삶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감수한다.

"아이들이 커서도 이런 삶을 선택할지는 알 수 없어요. 강요할 수도 없죠. 하지만 그들이 원할 때 이런 삶을 살 수 있는 선택지를 줬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다르게 사는지 실천해왔으니까요."
그는 환경운동가라기보다는 행동하는 소비자다.

"매년 병 안에 들어가는 쓰레기들이 있어요. 보험사에서 6개월마다 보내는 플라스틱 카드, 즐겨 먹는 치즈회사의 플라스틱 라벨 같은 거예요. 그럼 제조사에 전화하죠. 이걸 종이 라벨로 바꾸면 어떠냐, 플라스틱 카드는 모바일로 대체하면 어떠냐, 대안을 제시하고 계속 귀찮게 해요. 변화를 만들어가는 거죠."
존슨이 많은 블로거들의 롤모델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실천한다.

"정치인이, 기업가가 세상을 바꾼다 말하는 사람도 있죠. 전 동의 안 해요. 제조업체는 소비자가 사는 걸 만듭니다.

변화는 소비자 손에 달린 거예요." 그는 소비자의 구매 한 번, 거절 한 번이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초기에는 웃지 못할 시행착오도 많았다.

샴푸 없이 식초로 머리를 감다 6개월 만에 포기하기도 하고, 립밤을 직접 만든다고 독이 있는 쐐기풀을 만지다 입술이 온통 뒤집어지기도 했다.

"너무 급하게 시작하고, 한번에 해내려고 생각하면 실패해요. 누구에게나 잘 맞는 방식이 있어요. 모든 걸 제가 만들 수는 없죠. 빵은 빵집에 가서 사되 에코백에 담고, 치즈는 치즈가게에서 사오죠. 샴푸는 친환경 비누로 바꿔요." 그의 삶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은 주로 여성이 많지만 최근 남성 비율도 늘고 있다.

그는 세계를 돌며 강연한다.

TED에 출연하고, 유엔에서 연설했다.


십수 년간 쓰레기 줄이는 삶을 살아오면서 그는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제게 '지속가능성'은 변화고, 삶을 간단하게 만드는 운동이에요. 세상이 바뀌기를 기다리지 말고, 당신이 '변화'가 되는 겁니다.

"
[기획취재팀 = 스톡홀름 = 이한나 기자 / 런던 = 김하경 기자 / 서울 =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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