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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칼럼] 北 자력갱생론의 숨은그림찾기
기사입력 2019-06-2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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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0일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력갱생'이라는 단어를 무려 25번이나 언급했다며 국내외 언론이 대서특필한 적이 있다.

다음날 열린 최고인민회의(우리의 정기 국회)에서도 그는 그런 기조를 확인했다.

또한 북한 공식 매체는 이후 지속적으로 자력갱생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의 새로운 전략노선으로서 '자력갱생'을 지적한다.

이 전략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25년 동안 북한 경제를 관찰해 온 한 사람으로서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글쎄, 그게 그렇게 새로운 이야기일까? 사실 북한 공식 매체와 문헌을 25년 동안 읽으면서 지겨울 정도로 자주 접했던 단어 중 하나가 '자력갱생'이다.


북한에서 '자력갱생'의 역사는 195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주체사상'과 그 역사적 궤를 같이한다.

북한에서 '자력갱생'의 반대말은 '외세의존'이다.

김일성 시대뿐만 아니라 김정일 시대에서도, 그리고 김정은 시대 들어서도 '자력갱생'은 북한의 핵심적 전략노선 중 하나였다.

올 들어 하노이 이후 종전보다 많이 강조하는 경향은 있지만 전혀 새로운 노선은 아니다.


그리고 북한에서 자력갱생론은 크게 보아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국가 차원의 것 또는 대외적인 것이다.

즉 북한이 타국에 의존하지 말고 경제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지방, 기업, 개인 등 개별 경제주체 차원의 것, 대내적인 것이다.

즉 개별 경제주체가 중앙에 의존하지 말고 경제문제를 '자체 해결'하라는 것이다.

원자재, 자금, 심지어는 종업원 식량, 임금에 이르기까지 종전에 중앙이 공급해 주던 것을 감축·중단하면서 '자력갱생'하라고 밀어붙인다.

이런 '자력갱생'은 합법·불법, 무역·내수 등 각종 시장경제활동을 의미한다.

이를 중앙이 모를 리 없다.

심각한 경제난·재정난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다.

그리고 중앙이 자력갱생을 강조하면 할수록 '시장화'와 '분권화'는 더욱 진전되기 마련이다.

성과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 외부 세계의 관찰자들은 국가 차원의 자력갱생만 거론한다.

개별 경제주체 차원의 자력갱생은 안중에도 없다.

하지만 북한에서 양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후자 없이는 전자가 현실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이 북한의 특성이다.


지난 3월 16일자 노동신문은 2면에 자력갱생과 관련된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한 '해설'을 게재했고, 동시에 1면에는 "도(道)들 사이의 경쟁 열풍"을 통한 나라의 발전을 주장하는 사설에서 "도들 사이 경쟁에서의 석차는 자력갱생 정신에서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에서 도는 지방 행정의 최고 단위다.

국가 차원의 자력갱생과 지방 차원의 자력갱생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음을 잘 드러내는 사례다.


북한에서 자력갱생의 역사는 60년을 넘지만 그 내용과 의미는 고정불변이 아니다.

김일성은 자력갱생이 결코 '폐쇄경제'도 아니고 대외무역을 배제하는 것도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2006년 '경제연구'(당 기관지 성격의 학술잡지)에서는 "오늘의 자력갱생이라는 말과 지난 시기의 자력갱생이라는 말의 뜻과 내용을 같이 볼 수 없다"는 김정일의 지시를 언급하면서 해외에서 수입한 최신 과학기술에 기초한 자력갱생을 역설했다.


요컨대 자력갱생의 의미와 내용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때로는 정치적 레토릭이라는 측면도 있다.

향후 북한 비핵화가 진전되고 개혁개방도 동시에 확대된다면 북한은 그때도 여전히 대내외적으로 '자력갱생'을 역설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자력갱생'론에는 여러 얼굴이 있다.

배경도 의미도 성과도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단순화해 더욱이 우리의 시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종종 있다.

그렇게 해서 북한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양문수 객원논설위원·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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