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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포인트] 버튼 누르니…대형트럭들이 15m 간격으로 반 자율주행
기사입력 2019-05-2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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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만트럭버스]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의 상징인 독일 아우토반.
무게가 10t에 달하는 위용을 자랑하는 대형트럭이 앞 트럭과 15m 간격을 두고 시속 90㎞로 달린다.

체감 거리는 더 가깝다.

사고 충격을 흡수해줄 보닛이 없기에 두려움은 커진다.

앞 트럭이 갑자기 멈추기라도 하면 그대로 황천길이다.


덩치와 무게 때문에 대형 사고를 일으켜 '달리는 흉기'라 불리는 트럭을 운전할 때는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지만 운전사는 태평하다.

정면을 바라보지 않은 채 조수석 탑승자와 대화하면서 손으로 이곳저곳을 가리킨다.

음주·졸음운전만큼 위험하다는 '딴짓운전'이다.


지난달 9일(현지시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뮌헨까지 이어지는 아우토반 145㎞ 구간에서 독일 상용차 브랜드 만트럭버스(MAN Truck Bus)가 생산·판매하는 대형트럭 TGS로 군집 자율주행 '플래투닝(Platooning)'을 체험했다.


소대(Platoon)를 구성한 트럭 2~4대를 무선통신으로 연결해 반(半) 자율주행을 하는 기술이다.


트럭 1대가 움직이면 다른 트럭들이 견인광선에 끌려오는 우주선처럼 줄줄이 따라온다.


만(MAN)은 지난해 8월부터 독일 물류 기업인 DB솅커, 혹슐레 프레제니우스 응용과학대학 연구진과 함께 플래투닝 도로 주행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실제 트럭 운전사인 DB솅커 직원들이 뉘른베르크에서 뮌헨까지 화물적재용 트레일러를 장착한 TGS로 매일 세 차례 오가며 플래투닝 성능을 테스트했다.


이번 플래투닝 행사에는 DB솅커 소속 트럭 운전사 대신 만 직원들이 운전을 맡았다.


DB솅커와 진행한 프로젝트는 마무리됐고 현재는 200만유로(약 26억원)를 투자한 독일 연방정부에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막바지 자체 테스트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플래투닝용 TGS는 일반 TGS에 트럭 간 통신시스템, 주변 상황 파악용 카메라, 물체와 거리·방향 등을 알아내는 레이더, 레이저 광선을 사용해 물체 종류를 인식하는 라이더를 장착했다.

트럭 2대는 간단한 버튼 조작만으로 플래투닝에 돌입한다.


아우토반에 진입한 뒤 앞 트럭과 15m 정도 간격을 두고 뒤따라오던 트럭의 운전사가 스티어링휠(핸들)에 부착된 플래투닝 요청 버튼을 눌렀다.


앞 트럭 운전사가 계기판에 나온 요청 메시지를 보고 승인하자 뒤 트럭 계기판에는 활성화 메시지, 속도, 차간거리 등이 표시된다.


동시에 뒤 트럭은 운전자 도움 없이 앞 트럭을 따라갔다.


플래투닝 상황을 모르는 승용차가 트럭 사이에 끼어들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경고음이 울렸다.

운전자가 핸들을 잡자 플래투닝이 해제되면서 운전자에게 권한이 넘어갔다.


끼어들었던 승용차가 다른 차선으로 이동하자 앞 트럭에서 플래투닝 요청이 들어왔다.

플래투닝 연결 요청은 앞뒤 트럭 모두 할 수 있다.

플래투닝 연결이 끊어졌을 때 뒤 트럭 운전사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트럭 스스로 감속한 뒤 비상등을 작동시키고 멈춘다.

플래투닝은 기차처럼 견인장치로 트레일러 여러 대를 연결하는 시스템보다 효율적이다.


플래투닝에 참가한 모든 트럭은 일정 장소까지 함께 이동한 뒤 각각 정해진 목적지로 향할 수 있다.

반면 견인장치로 트레일러를 연결한다면 전체 길이가 길어지고 회전반경도 커져서 고속도로 진출입이 어렵다.

곡선 구간과 신호등이 많은 도로에서도 움직이기 힘들다.

고속도로 근처에 물류기지가 있어야 한다.


현재 만은 물론 경쟁상대인 메르세데스-벤츠 트럭, 볼보 트럭, 스카니아 등 다른 상용차회사들도 플래투닝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만, 벤츠 트럭, 스카니아, 다프, 이베코, 볼보 트럭 등 유럽 상용차 회사들은 2016년 군집주행으로 유럽을 횡단하는 플래투닝 챌린저를 개최했다.


현대차도 2020년 이후 플래투닝 기술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플래투닝을 테스트할 수 있는 전라북도 새만금 상용차 주행시험장도 지난달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상용차 회사들이 플래투닝 개발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물류회사와 트럭 운전사들의 최대 관심사인 총소유비용(TCO·Total Cost of Ownership)을 절감시킬 수 있어서다.

유럽 물류회사의 TCO 중 70% 이상은 연료비, 직원으로 고용한 운전사의 인건비로 알려졌다.


트럭을 직접 구입하는 운전사가 많은 국내에서는 연료비 부담이 크다.

한국교통연구원 화물운송시장정보센터가 지난 2월 발표한 '2017 화물운송시장동향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화물차 비용 중 유류비 비중이 43.6%로 가장 컸다.

연비는 3.2㎞/ℓ에 불과했다.


만은 플래투닝을 이용하면 뒤 트럭은 공기저항을 덜 받는 '슬립스트림(Slipstream)' 효과로 연료를 10%가량 아낄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플래투닝은 유럽은 물론 국내에서도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고 고령화로 발생하는 인력난도 해결해주며 물동량도 늘려줄 수 있다.

현재는 트럭마다 운전사가 있지만 운전사 1명이 트럭 2~3대를 플래투닝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국내 화물차 운전사 경력은 20년 이상이 52.1%에 달하지만 5년 이내는 7.5%에 불과하다.

평균 연령은 50.9세다.

젊은 운전사 부족과 고령화로 국내에서 화물 운전자 인력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플래투닝은 도로를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효과도 지녔다.

플래투닝과 같은 자율주행 시스템에 적용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인간보다 반응속도가 뛰어나 과로나 졸음으로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해주기 때문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교통사고 10건 중 9건 이상은 전방 주시 태만, 졸음운전, 안전거리 미확보 등 운전자 부주의 때문에 일어난다.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전체 교통사고에서 화물차가 차지한 비중은 10.8%로 승용차(53%) 다음으로 많았다.

또 화물차 사망사고 비율은 3.7%로 전체 평균인 1.9%의 두 배 가까이 됐다.


국내 트럭 운전사는 장거리 운전을 많이 하고 새벽·야간 운행도 잦아 졸음운전 사고에 노출돼 있다.

한국교통연구원 조사 결과 2017년 기준으로 화물차 운전사는 하루 평균 354.7㎞를 운행하고 12.8시간 일한다.


플래투닝은 고속도로 효율성도 높여준다.

만은 플래투닝을 테스트할 때는 차간거리를 15m, 중간에 다른 차가 끼어들 때는 독일 교통법규에 따라 50m로 설정했지만 플루투닝 트럭 간격을 10m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럭이 도로를 차지하는 공간이 적어지고 교통체증도 줄어든다.


플래투닝은 화물 운송을 보다 안전하고 효율화해주는 '물류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플래투닝이 완전한 것은 아니다.

교통사고 예방 효과가 크다는 자율주행차가 오히려 사고를 일으키는 것처럼 트럭 2~4대가 함께 움직이는 플래투닝 도중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도로에서는 자율의지로 움직이는 운전자, 각양각색인 차량 상태, 갑자기 바뀔 수 있는 도로 상황, 변화무쌍한 날씨 등으로 수억 가지에 달하는 운전 변수가 발생하지만 자율주행차에 장착된 센서만으로는 이 모든 변수에 완벽하게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기계가 아니라 스마트기기처럼 진화하면서 대두된 해킹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플래투닝 트럭이 해킹된다면 '달리는 흉기'가 될 수 있다.

테러에도 악용될 수 있다.


따라서 데이터를 공유하고 학습해 변수로 발생하는 위험요소를 줄여주는 블록체인 기술, 4G망보다 통신 속도가 100배 이상 빠른 5G망을 이용한 데이터 공유 기술 등으로 플래투닝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뉘른베르크 = 최기성 디지털뉴스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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