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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항공사일수록 비행기 교체에 뜸들이는 이유
기사입력 2019-04-0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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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236] 보잉의 최신 기종 '737 맥스8'은 작년 10월 탑승자 189명이 숨진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추락 사고에 이어 지난달 탑승객 157명 사망한 에티오피아항공 사고에서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잉은 최근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 추락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한 시험비행에 참여하는 등 수습에 나서고 있다.


전 세계 모든 항공사에서 '안전'은 최우선시 되는 가치다.

그러나 더 이상 한국인은 '애국'을 명분으로 자국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만 찾지 않는다.

갈수록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항공 산업은 현실적으로 서로 상충되는 '안전'과 '수익성' 가운데서 적절하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

'고객이 얼마나 안전해질 수 있는가' 혹은 '고객이 어느 정도까지 안전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항공사가 안전 수준을 달성하는가' 등 까다로운 질문들은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사고 위험이 있는 기술이 적용된 업종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동부 에티오피아의 비쇼프투 인근에 추락한,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보잉 737 맥스 여객기 잔해의 모습. /사진=비쇼프투[에티오피아] EPA, 연합뉴스

◆'안전'vs'수익성'…항공사가 풀어야 할 딜레마
전통적으로 항공 산업에 관한 연구 결과는 항공사에 있어서 '안전'과 '수익성'이란 두 비즈니스 가치가 서로 상충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1990년 낸시 로즈(Nancy L. Rose)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응용경제학 교수는 논문 '생산성과 제품 품질-항공사 안전 성과의 경제적 결정 요인들(Profitability and Product Quality: Economic Determinants of Airline Safety Performance)'에서 1957~1986년 동안 35개 대형 항공사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 항공사는 수익성이 낮을수록 사고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 상관관계가 드러났다.

이러한 관계는 특히 항공사 규모가 작아질수록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잘나가는 항공사, 오히려 '항공기 교체'는 여유만만
로즈 교수의 연구가 뒷받침하듯이 대체로 사람들은 잘나가는 항공사가 더 안전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통념에 반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인리히 그리브(Henrich R. Greve) 인시아드(INSEAD)대 교수와 비바 가바(Vibha Gaba) 인시아드대 부교수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판에 기고한 글을 통해 "항공사가 특정 항공기를 교체하기로 결정한 시기라면, 수익성이 낮은 항공사가 새로운 항공기에 투자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밝혔다.


그리브 교수와 가바 부교수는 연구 시기를 항공사가 항공기 교체를 고민하는 특정한 시기로 한정했다.

이들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수익성이 좋은 항공사가 더 안전하다는 기존 연구 결과가 옳다고 본다.

그러나 보잉 '737 맥스 8'과 같은 기종의 충돌 사고 후 수익성이 낮은 항공사가 오히려 항공기를 교체할 확률이 높게 나타났고 동일한 '737 맥스 8' 기종을 전혀 운영하지 않은 항공사의 경우에도, 이는 마찬가지로 적용됐다.


그리 좋지 않은 사고 기록을 가진 낡은 기종을 새 기종으로 교체하는 건 세계 정상급 항공사에서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관리 방법이었다.

이런 경우 항공사는 낡은 기종을 할인해서 판매하고, 새 기종은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에 구입한다.

즉, 이런 거래는 항공사에 재무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행위다.


그리브 교수와 가바 부교수는 전 세계 항공기 매매를 추적하기 위해 항공기 구성 통계, 항공사별 치명적인 사고 기록, 기종별 언론 보도 등을 전부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믿을 만한 재무 데이터가 없는 개발도상국의 중소 항공사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들은 '평균 이상'의 안전 기록을 보유한 항공사가 기종 구성을 변경해서 기종별 사고율 변화에 대응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흥미로운 건 수익성이 낮은 항공사일수록 더 강하게 대응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A와 B 두 항공사가 평균 이상으로 안전하지만 수익률은 A가 높고 B가 낮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어떤 계기로 인해 A·B 항공사 모두 안전 등급이 같은 정도로 떨어진다.

이때 수익성이 낮은 B항공사는 평균적으로 (낡은) 기종 판매를 55%까지 늘리는 반면, 고수익 항공사 A는 29%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사고율이 높은 항공사의 경우 재무적인 성과는 더욱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항공사 실적이 저조할수록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 기존 기종을 처분했지만, 좋은 실적을 올린 항공사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안전 등급이 업계 평균보다 낮은 항공사의 경우 수익성이 낮은 항공사가 수익성이 높은 항공사보다 항공기를 처분할 가능성이 50% 더 높았다.

결국 작년 10월 직접 추락 사고를 겪은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가 220억달러 규모 보잉 '737 맥스 8' 도입 계약을 철회하고 에어버스를 선택한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재무적으로 어려운 항공사가 안전에 더 투자하는 것을 가장 원한다는 게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기고자들은 조직이 생존을 위해 생각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 고수익을 올리는 항공사는 스캔들이 터져도 생존할 수 있고 경영진도 이를 알고 있다.

그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항공사는 이미 실패와 경계선에서 맞닿아 있기에 중대한 사고 이후 대중의 비난을 감내할 수 없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 국제공항에 지난 3월 23일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보잉 737 맥스8기가 계류돼 있다.

/사진=아디스아바바[에티오피아] AP, 연합뉴스


◆항공기 교체하는 결정적 요인은 '우연한 사고'와 '부정적 언론 보도'
기고자들은 또한 안전을 이유로 항공기를 사고파는 게 사고율에도 영향을 받지만 언론 동향 역시도 중요한 요소로 반영됐다고 말한다.

2013~2016년에 종종 벌어진 보잉 787 '드림라이너' 기종 관련 사고 소식은 오늘날 운항과 별 관계가 없고, 사고 당시 기체 피해 정도와 무관히 항공기 매매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실제 항공기별 안전 기록과 대중의 인식 간 괴리가 항공사를 경제적으로 민첩해야 할 시기에도 특정 의사 결정을 강요받게 만든다.


그렇다면 항공 산업을 이끄는 항공사는 다른 후발주자에 비해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선행 연구에서 이미 항공사 수익성과 안전과는 직접적인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이 알려져 있다.


안전은 항공기 제조사와 기종별 이상 여부에 영향을 받지만 항공사 직원들이 비행기나 지상 정비에서 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안전을 진정 최우선시한다면 반드시 몇 가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모범적인 안전 절차가 철저히 준수되고 있는지, 승무원과 정비팀은 이륙 전 충분히 점검을 수행할 시간이 있는지 등이다.

특정 기종에 대한 근본적인 결함이 의심될지언정 최고경영진에서 기본적인 원칙 준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전은 여전히 문제가 될 것이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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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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