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대담]가까스로 턱걸이한 지난해 GDP 2.7%(매일경제 김연주 기자)

【 앵커멘트 】
한국은행이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를 발표했습니다.
2.7%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다양한 평가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매일경제신문 경제부 김연주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기자 】
네, 안녕하세요.

【 앵커멘트 】
김 기자, 지난해 GDP 성장률 2.7%,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고 할 수 있는건가요?

【 기자 】
2017년에는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3.1% 성장을 했었는데요.

2018년에는 아쉽게도 연속 3%대 성장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또 6년 만에 최저치이기도 합니다.

선진국과 비교해도 확실히 떨어지는 수치입니다.

지난해 호주는 3.0%, 미국은 2.9%로 한국보다 더 나은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더 낮을 거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예상 보다는 좋은 수치입니다.

GDP 2.7%는 당초 한국은행이 작년 10월에 예상했던 값이 부합합니다.

다만, 작년 1월에 한국은행은 3%를 예상했다 서서히 낮추었는데요.

직전 12월에 반도체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작년 성장률이 2.7%도 힘들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 앵커멘트 】
2.7% 성장률 달성이 힘들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는데, 어떻게 2.7%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던 건가요?
시장에서는 4분기 성장률을 두고 '서프라이즈'라고 평가하던데요.

【 기자 】
정부 지출 덕이었습니다.

부문별로 보면 연간 정부 소비가 5.6% 증가해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4분기 1.0% 깜짝 성장 여기 정부지출 덕분이란 이야기가 나옵니다.

지방선거로 미뤄진 정부지출이 4분기에 몰리면서 성장률이 갑작스레 올라간 겁니다.

4분기 정부 소비는 3.1%를 기록해 2010년 1분기 이후 35분기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한은측에서도 건강보험급여비 지출 확대와 정부의 사무실 유지 및 사무기기 비용 등 인건비를 제외한 물건비 등이 크게 늘어 성장률을 견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여도 측면을 보면 더 뚜렷합니다.

이번에 서프라이즈 성장을 한 4분기 GDP에 대한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1.2%포인트나 됐습니다.

금융위기가 있던 2009년 1분기 이후 최대치였죠. 반면,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0.3%에 불과했습니다.

총고정자본형성(투자)에서도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지난해 3분기 -0.4%포인트에서 0.7%포인트로 대폭 증가습니다.

반면 민간은 3분기 연속 마이너스에 그쳐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 앵커멘트 】
그렇다면 다른 부문은 안 좋다는 건가요?

【 기자 】
좋지 않습니다.

민간소비는 2.7%로 7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면서 완만한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문제는 투자부문입니다.

투자의 두 축인 설비와 건설 수치가 너무 좋지 않습니다.

건설투자는 -4.0%로 외환위기 여파를 입은 1998년 이후 가장 낮아 20년 만에 최저치입니다.

설비투자는 -1.7%로 글로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특히 이런 투자부문은 국가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4분기 수출이 -2.2% 로 돌아선 게 문제인데요.

재작년 3%대 성장은 수출이 주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데 반도체 호황기가 끝나면서 바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겁니다.

【 앵커멘트 】
다른 부문은 좋지 않았는데 정부 지출 효과로 상쇄했다는 해석이 가능한데요?
이런 정부주도의 성장이 계속 가능한 겁니까?

【 기자 】
예.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출을 늘려 성장률을 턱걸이 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경기가 나빠지면 정부가 부양정책으로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재정으로 성장률을 계속 뒷받침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성장률을 정부지출로 끌어올리려면 계속해서 이전보다 더 많은 세수를 투입해야만 가능한데, 한마디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기와 같습니다.

【 앵커멘트 】
올해는 어떤가요? 4분기 성장세가 올해에도 이어질까요?

【 기자 】
4분기 성장률 반등은 일시적인 정부지출 확대에 따른 착시효과에 불과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올해도 정부가 부양정책을 펼치겠지만 역부족일거란 시각도 많습니다.

민간소비와 교역부문 부진은 여전한데다. 물론 소비가 조금 늘긴 했지만 이 역시 단기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일단 정부가 지출을 늘렸기 때문에 부양정책 효과로 소비가 반짝 늘었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정부지출이 특히 건강보험 지급 측면에서 많이 늘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의료비를 많이 썼다는 겁니다.

또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라는 특수도 있었고요.

무엇보다 작년 수출주도성장이라 할 만큼 반도체 수출 호황이라는 성장력 엔진이 꺼지고 있어 우려가 큽니다.

실제로 반도체 수출이 주춤하자 전체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왔는데요.

1월 전체 수출은 다음달 2월 1일에 나오겠지만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줄었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경제에 낀 먹구름이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미중무역분쟁이 장기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에 IMF가 세계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했습니다.

기존 3.7%에서 3.5%로 내렸는데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세계경제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세계교역량이 둔화되면 바로 수출로 타격이 오거든요. 또 중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에게는 악재입니다.

중국은 최대 수출국입니다.

이처럼 대외여건도 좋지 않은데, 대내에서도 이를 타개할만한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 앵커멘트 】
그럼에도 좋은 소식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행이 GDP를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지난해 3만 1천불을 기록해 '3만달러의 벽'을 넘어섰다고 했다는데요. 맞습니까?

【 기자 】
네 확정치는 아니고 GDP속보치에 환율을 계산한 추정값입니다.

정확한 값은 아마 몇 달 뒤에 공식 발표될 텐데요.

한국이 2만달러의 벽을 넘은지 12년 만에 3만달러의 벽을 넘어섰습니다.

3만 달러는 소위 선진국의 문턱이라 일컬어집니다.

인구가 5000만명이 넘으면서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는 선진국을 의미하는 '50-30클럽'에 가입한 국가는 현재 독일·미국·일본·영국·프랑스·이탈리아 6개국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가 7번째로 들어간 셈이죠

하지만 기뻐하기에는 이르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특히 3%대 성장률이 무너진 만큼,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겪었던 '3만불 진입후 역성장'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로 스페인은 3만달러를 넘었다가 재정위기를 겪으며 한국 다음 순위로 내려갔고 한국 바로 위에 있는 이탈리아도 그 이후로 국민소득이 계속 하락세입니다.

저성장의 늪에 허우적대는 이른바 '중진국이 함정'을 벗어나지 않고서는 국민소득 3만달러를 찍더라도 언제라도 다시 2만달러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 앵커멘트 】
매일경제 경제부 김연주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김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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