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대담] 한진칼·대한항공 칼 빼든 국민연금(매일경제 유준호 기자)

【 앵커멘트 】
국민연금이 오는 2월 초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소식 매일경제 유준호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앵커멘트 】
소극적인 주주 활동으로 ‘주총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국민연금이 달라진 배경은 무엇인가요?

【 기자 】
한마디로 말하자면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말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 때문입니다.

스튜어드는 집안일을 맡아 처리하는 우리말로는 '집사' 정도의 의미인데요, 스튜어드십 코드는 가입자가 맡겨놓은 기금에 대한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선언 내지는 행동 강령 정도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받아 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사회적 물의를 빚은 기업의 행태에 따라 가입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상황을 묵인해서는 안 된다는 자성에서 나온 규범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진 그룹 사주 일가의 갑질과 불법, 탈법으로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되면 그 기업에 투자한 기금의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경영진 일가에 대한 해임 요구 등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해 이를 개선하겠다는 겁니다.

【 앵커멘트 】
설명을 들어보니 취지는 좋은 거 같지만,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닐텐데요.
우려할 만한 부분은 없나요?

【 기자 】
재계에서는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활동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후 필요시 국민연금이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인데요.

주주제안 형태로 대표 이사에 대한 해임 요구를 한다거나 기업과 경영진을 상대로 주주대표 소송을 할 수도 있다는 구상입니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이런 활동을 과연 제대로 해낼 수 있느냐는데 있습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부 입김이 강한 구조라는 게 그 이유입니다.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고, 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구조죠.

노조와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위원들이 경영계에서 추천한 위원들 숫자를 크게 웃도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과 재계는 정부가 막대한 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을 활용해 필요할 때마다 기업 경영에 간섭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즉 '연금 사회주의 논란'이 불거지는 지점입니다.

【 앵커멘트 】
한진칼과 대한항공 이야기를 깊이 들어가보죠.
어제 기금위원회 회의 결과는 어땠습니까?

【 기자 】
국민연금은 어제(16일) 기금위원회를 열였는데요, 민간 전문가 기구인 수탁자책임위원회의 자문을 구하겠다는 선에서 결론이 났습니다.

주주권 행사를 할 것인지, 하게 되면 어떤 형태로 할 수 있는지를 전문가들의 논의를 통해 확인해 보겠다는 거죠.

국민연금은 2월 중으로 다시 회의를 열어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최종 주주권 행사 방향을 결정한다는 방침입니다.

【 앵커멘트 】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전망하기 전에 먼저 살펴볼 지점이 있나요?

【 기자 】
우선 명확히 구분해야 할 것이 있는데요, 바로 단순투자와 경영참여의 구분입니다.

국민연금은 지금 전체 국내 주식 투자를 단순투자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자본시장법상 조양호 회장 일가의 해임 요구 등 주주제안을 하려면 경영참여로 투자목적을 변경 신고 해야 합니다.

문제는 10%룰과 5%룰입니다.

경영참여를 선언하게 되면 10%이상 보유 지분을 가지고 있을 경우 6개월 내에 매매 차익을 반환해야 하는 10%룰과 5%이상 보유 지분을 가지고 있을 경우 1%이상 지분 변동마다 공시를 해야 하는 5%룰 적용을 받게 됩니다.

주식 매매를 통해 단기 차익을 얻는 것을 포기해야 하고 투자 전략을 노출하는 셈이죠.

그래서 국민연금이 한진칼과 대한항공의 지분을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 역시 중요한 지점입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을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11.56% 가지고 있습니다.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하기 위해서는 단기 차익 매매 반환을 감수해야 하고 주식 매매가 발이 묶이는 상황이죠.

반면 한진칼의 경우에는 국민연금 지분이 7.34%인 상황입니다.

지분 공시 강화 부담만 감수하면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하기에는 대한항공 보다는 수월한 상황입니다.

【 앵커멘트 】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 방향이 다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구체적인 전망은 어떤가요?

【 기자 】
함께 고려해야 할 점은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사내 이사 임기입니다.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는 올해 3월말까지, 한진칼 사내 이사 임기는 내년 3월말까지입니다.

오는 3월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이사 연임 안건이 나오게 되면 그냥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면 되는 것이죠.

의결권에 찬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스튜어드십 코드와 관계없이 이전부터 했던 것이고 국민연금은 앞선 주총에서도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대표에 대한 이사 선임 반대 입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에 공개하거나 공식 주주제안이 아닌 단순 총수 일가의 거취에 관한 의견 표명 등을 통해 여론조성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주총에서는 관련 의안이 올라오지 않기 때문에 주주제안 형태로 조 회장에 대한 해임 요구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대로 이 경우는 지분 변동 공시를 기존보다 자주 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전략이 노출되거나 국민연금을 따라 추종매매가 급증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내용은 이달 수탁자책임위원회 논의를 통해 2월 초에 윤곽이 나올 예정입니다.


【 앵커멘트 】
지금까지 매일경제신문 유준호 기자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관련 이슈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유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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