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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한류 이야기] `무엇`과 `왜`로 묻는 한류의 길
기사입력 2018-12-0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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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들의 질문은 보통 '무엇'과 '왜'를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어른들의 질문은 '어떻게'를 묻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마도 '무엇'이 '무엇'인지, 또 세상 이치가 '왜' 그런지 다 알아버려서일까? 우리는 어느 순간 어떻게 하면 더 잘살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더 빠른 지름길로 갈 수 있는지 해답을 핵심적으로 들을 수 있는 질문만을 묻게 됐다.


아들아이가 어릴 적 사물 하나하나가 무엇인지를 묻는 단계가 지나가자 '왜'를 묻는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는데, 그 질문들은 밥상머리에서 유독 많았다.

왜 김은 종이인데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지, 왜 밥은 꼭꼭 씹어 먹어야 하는지, 왜 오이김치가 맛있는지 등을 물을 때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답하기도 귀찮아 대부분 되묻곤 했는데 꼼수를 모르는 아이는 그 질문의 대상을 관찰하는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답했다.

엉뚱하면서도 어리석기도 한 아이의 물음을 따라가다 보면 쉽게 부서지는 김의 성질이나 겉은 거칠지만 속은 부드러운 오이의 본질을 관찰하게 되는 순간을 맞닥뜨렸다.


한식 전문가라고 불리는 나는 한식의 발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한식을 어떤 방법으로 세계화하면 효과적인가를 묻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사실 방법론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정답이 아닐지언정 답하기는 쉽다.

그러나 누군가 내게 한식은 '무엇'인지 그리고 '왜' 한식의 길을 걷고 있는지를 묻는다면 사전적 정의를 내줄 수는 있어도 쉽게 답하기는 어렵다.


모든 이가 알고 있을 법한 '무엇'과 '왜'를 묻는 질문은 사실 심오하다.

피상적으로, 관습적으로 알고 있거나 알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 우리는 그 본질과 성질을 묻는 근본적인 질문을 자신에게 더 이상 던지지 않기에 우리 자신 스스로 깨닫게 되는 순간을 맞닥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얼마 전 금박이 마구 붙은 한복을 빌려 입은 외국인들의 고궁 무료 입장을 제한해야 한다는 뉴스를 봤다.

한복의 정체성이 훼손되고 있음을 우려하는 한복 전문가의 인터뷰도 이어졌다.

그런데 우리 전통 복식인 한복은 과연 무엇일까. 내가 기억하는 한복의 변천사만 해도 다양하다.

1970년대까지 내 어머니 세대는 큰 브로치를 고름 대신 달고 치마 길이도 길지 않게 일상에서도 한복을 많이 입고 다녔으나 그 이후로는 일상적으로 입는 분들을 쉽게 볼 수 없다.

가까운 친지 결혼식 외에는 다른 일로 한복을 입을 일이 거의 없는 한국인이 과연 조선시대 어느 세기의 것을 규정지어 그것만이 우리 전통 복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식에 있어 신선로는 어떠한가. 음식 전문가 외에 여느 집에서 볼 수 없는 신선로는 해외 귀빈이 올 때마다 내어놓는 전통 음식이겠으나 과연 한 세기 후에 살아 있는 전통 음식으로 자리할 것인가는 의문이다.


한류는 한국인의 생활 흐름을 나타낸다.

한국인이 살고 있는 생활 양식이 문화 콘텐츠로 분류돼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현재에도 흐름은 시대를 타고 변화한다.

그러기에 살아 있는 움직임, 즉 생활(生活)인 것이다.

우리가 취하고 있지 않으면서 심정적으로 전통이라는 어느 카테고리에 있을 법한 우리 생활 양식은 과연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 시대의 생활을 나타내는 박물관의 박제된 표본이 아니라 변하는 시대 안에서도 살아남아 우리 생활 속에 유용하게 쓰이는 차별된 생활 양식만이 후대가 전통으로 물려받을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물론 우리 선조들이 남긴 사라진 전통을 배우고 알고자 하는 노력 또한 너무나 중요하다.

한복과 신선로의 전통을 남기려면 우리 일상에 파고들 수 있게 변화함을 인정해야 한다.

에너지 고갈, 기후변화, 플라스틱과의 전쟁 등 몇 년 전에 생소했던 단어들이 우리 일상 속에 들어와 있는 이때 우리는 물어야 한다.

새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고 취할 수 있는 우리만의 한류의 길과 한국인의 길은 무엇이고, 또 왜 그 길을 택해야 하는지에 대해 어린이와 같은 천진함으로 말이다.


[한윤주 콩두 푸드&컬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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