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KB국민은행 전산시스템 변경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증폭되면서 결국 금융당국이 나섰습니다..
리베이트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조사를 벌인다는데, 상황이 왜 이렇게까지 된 건가?


【 기자 】
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금융감독당국이 특검까지 벌이게 됐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보통 은행은 주기적으로 IT 시스템을 교체하는데, 그 비용이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만큼 몇년 전부터 준비를 해오기 마련입니다.

국민은행은 지난 2012년부터 IT시스템을 IBM을 유지할 것이냐, 유닉스로 바꿀 것이냐를 두고 고민해왔는데요, 여기서 경영진 간에 의견 대립이 발생했습니다.

임영록 회장과 이사회가 유닉스 쪽으로 방향을 잡고 밀어부치자 이건호 행장과 정병기 감사 측이 안 된다며 가로 막은 것인데요.

이 행장 측이 아무래도 힘이 부치다 보니, 금감원에 감사 청구를 내고, 법원에 이사회 결정 가처분 신청을 낸 것입니다.

다소 업무에 있어서 사소로울 수 있었던 부분이 이제 양측의 실력행사로 넘어가게 됐는데요, 내부 문제의 해결을 감독기구에 넘김으로써 이제 양측 중 한쪽이 무너지는 형국으로 가고 있습니다.

감독당국은 이번에 문제가 된 IBM과 유닉스 측 모두 KB금융에 적잖은 로비를 했을 것으로 보고 있고요.

유닉스는 회장과 이사회에, IBM은 행장라인에 선을 댄 것으로 보고, 나아가 리베이트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갈등을 두고 이미 잠재됐던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많은데요.

이 부분도 조금 설명 드리면, 임 회장은 대표적인 모피아 출신으로 한때 금융위원장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거물급 관료입니다.

임 회장은 지난 2011년에 KB지주 사장으로 온 뒤에, 지난해 회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관과 내부적 우군을 키우며 자기세를 불려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이사회를 아군으로 끌어들였고, 어윤대 전 회장이 이사회와 극심한 갈등을 겪은 것도 그 배경에는 임 회장이 있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임 회장이 취임한 뒤에 어 전 회장 측근들을 강하게 숙청했고, 사내 비주류 인사들을 중용하면서 반발 심리가 커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마찬가지 외부 출신인 이 행장과 인사나 업무부분에서 자꾸 걸림돌이 생기게 됐습니다.

임 회장 취임 이후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 대형 사고가 연달아 터지면서 경영진을 향한 반발심리도 작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KB금융의 앞날도 좋지 않아 보입니다. 보시다시피 실적도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고요.
다음달 대규모 제재가 예정되어 있는 등 앞으로의 상황도 좋지 않죠?


【 기자 】
검사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겠는데요.

어찌됐든 KB금융지주라는 조직 내에서 발생한 문제기 때문에 KB금융을 상대로 한 기관경고 등의 문책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일단 당장 국민은행은 다음 달에 무더기 제재를 받게 됩니다.

도쿄지점 부당대출, 국민주택채권 횡령, 1조원대 가짜 확인서 발급 등에 지난해부터 발생한 사고에 따른 징계인데요, 임직원 100여명 이상이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특검 건에서 일일이 나눠 징계를 하면 기관경고 누적으로 국민은행은 영업 정지를 당할 수도 있는데요.

시중은행이 영업정지를 받으면 자금거래 위축이나 고객 불편 등 후폭풍이 크기 때문에 검사를 모두 묶어 통합 제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래도 일단 여기서 당국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 지 대략 가늠할 수 있는데요.

어느 임직원이 어느 수준의 징계를 받느냐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IT 시스템과 관련한 조사가 시작되면, 이사회 의결이 법적, 절차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 이 행장 측이, 반대의 경우 임 회장 측의 타격이 불가피 해 어떤 시나리오로 가든 사면초가에 놓은 것은 불기피해 보입니다.

한편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일각에서는 지주사 해체론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김유경 기자 / neo3@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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