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중 쌀 관세화를 유예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와 필리핀 인데요.

쌀시장 개방 연기를 필리핀이 거부당하면서 우리나라도 쌀시장 개방을 더이상은 늦출 수 없게 됐습니다.

머니국 장남식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질문1. 현재 상황이 어떤가요?

- WTO는 지난 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상품무역이사회를 열고 필리핀이 요청한 웨이버, 즉 일시적 의무면제 안건을 부결시켰습니다.

필리핀의 쌀 관세화 유예기간은 지난 2012년 말로 끝났습니다.

관세화 유예를 연장하기 위해 2011년 11월부터 웨이버 협상에 나섰지만 이번까지 6번 모두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필리핀은 관세화 유예를 위해 쌀 의무수입물량을 기존 35만톤에서 80만5천톤으로 2.3배 늘리기로 했습니다.

세율도 40%에서 35%로 5%포인트 낮추고, 요청한 모든 나라에 국가별쿼터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캐나다, 호주, 태국 등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며 협상 타결에 반대했습니다.

양자간 논의사항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일부 국가는 자국 관심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인하와 동식물 위생과 검역 이슈 등을 들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필리핀이 상당한 대가를 제시했지만 쌀 웨이버 요청이 부결된 것은 유예 추가 연장을 위한 회원국들의 동의 확보가 어렵고 대가도 클 것이라는 점을 짐작하게 합니다.

우리나라는 필리핀보다 무역 규모가 큰 만큼 관세화 추가 유예에 대한 WTO의 요구는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질문2. 쌀시장 개방. 식량 주권을 빼앗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요. 예상되는 충격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일단 국내 쌀 산업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식량 안보와 식량 주권 차원에서 걱정의 목소리가 높은 건데요.

우리나라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로 모든 상품시장을 개방할 의무를 지게 됐지만 쌀은 그 특수성을 고려해 1995년부터 2004년까지 일정량, 최대 국내 소비량의 4%를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대신 시장개방을 10년간 미뤘습니다.

필리핀과 같이 2.3배 늘리는 것으로 가정하면 쌀 의무수입물량은 연간 쌀 소비량의 20%를 넘어서고 사실상 국내 쌀 산업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요.

여기다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2010년 104%에서 2013년 86%대로 떨어졌습니다.

다른 식량자원을 포함한 식량 자급률은 44.5%로 OECD 회원국 중 꼴찌인데 주식인 쌀 시장을 이렇게 쉽게 여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농가 부채가 가구당 27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데 농가 피해가 우려되는 쌀 시장 개방은 좀 더 시간을 갖고 많은 논의가 이뤄진 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질문3. 개방을 막는데 드는 비용도 상당한데요. 쌀 시장 개방 단점만 있는건가요?

-농업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요.

일본과 대만의 경우, 이런 부담을 간파하고 이미 10여 년 전 쌀시장을 개방했지만 농민 피해는 크지 않다고 합니다.

오히려 일본은 초밥 같은 일식을 연계해 고품질 쌀을 수출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영화와 쇠고기 등 분야에서 시장 개방에 저항이 거셌지만 막상 개방하고 보니 국내 산업이 초토화하기보다는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무조건 두렵게만 생각할 게 아니라 잘만 활용하면 국내 농업에는 새로운 거대시장이 열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 농식품은 이미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일본 시장에서도 일부 품목은 기대 이상입니다.

오히려 이번 기회가 농업 개방을 새로운 도전으로 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질문4. 정부는 오는 6월 지방선거가 끝난 뒤 쌀 관세화 문제를 매듭짓기로 했어요. 그 시기를 두고 말이 많은데요. 향후 진행 상황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우리나라는 오는 6월 말까지 쌀 관세화 전환 여부를 결정해 9월에는 WTO에 통보해야 합니다.

농업계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정부는 충분한 의견수렴, 관세화나 그와 관련된 세부 쟁점들을 면밀히 검토해서 쌀 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의견수렴을 통해 농민들의 소득을 보전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이주영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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