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오늘의 집중관찰 종목은 CJ입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는데요,
최은진 기자, 최근 일부 기업총수가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이재현 회장은 실형을 피하지 못한 이유는 뭔가요?


【 기자 】
지난 14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휠체어를 탄 채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이 회장에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신장이식수술로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는데요,

법원은 1,657억 원의 탈세·배임·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260억 원을 선고했습니다.

또 대기업 오너로는 처음으로 역외탈세 혐의에 대한 유죄도 인정됐습니다.

하지만 도주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이 회장을 법정구속 하지는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 회장의 범죄가 개인적이었다는 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회장이 지능적이고도 은밀한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며 "개인 금고에 편입해 사적으로 사용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개인이 착복하려고 한 것은 아니였다고 항변했는데요,

하지만 법원은 "이 회장의 비자금 보관 방법과 결산 방법, 사용 명세 등을 보면 비자금의 조성행위도 횡령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비자금이 이 회장의 개인재산을 관리하기 위한 '일계표'에 함께 기재되었고 개인금고에 함께 보관된 점으로 보아 자금의 불법성은 조성단계부터 명백히 확인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지난 2011년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CJ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인수하고 조세를 포탈한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버진아일랜드 법령에 따라 법인이 적법하게 설립됐더라도 이 회장의 재산을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면 납세의 의무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회장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항소를 하게 되면 가장 첨예한 쟁점이 됐던 비자금의 성격과 용처에 대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됩니다.

비자금 혐의와 관련해서는 CJ에서 이 회장의 개인재산 담당 업무를 맡았던 전 CJ 재무팀장의 증언이 핵심이 됐는데요,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전 재무팀장은 "금고에 보관 중인 자금은 모두 이 회장 개인 자금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에 제출한 당시 개인 금고 입출금 내역이 담긴 '일계표'도 유죄 판결에 가장 큰 근거가 됐습니다.

따라서 항소심에서 이 회장이 감형을 받기 위해서는 전 재무팀장의 증언을 반박할 수 있는 '증거자료와 증인 확보'가 가장 중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앵커멘트 】
이재현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CJ그룹의 주요 투자계획이 상당히 지연되거나 중단되어 왔는데, 현재 CJ그룹의 사업들은 어떻습니까?


【 기자 】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면서 총수 부재의 상황에 내몰린, CJ.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해외시장 개척, 대규모 투자집행에 의사결정이 지연되면서 차질이 예상되고 있는데요,

CJ그룹의 올해 투자와 고용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이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CJ그룹의 주요 투자계획은 지연되거나 중단된 상황인데요,

CJ가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CJ제일제당 생물자원사업부문은 지난해 베트남과 중국에서 각각 사료업체 인수를 추진했지만 의사결정이 지연되면서 최종 인수 단계에서 중단됐습니다.

또 CJ그룹이 2020년까지 글로벌 물류 5대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의 일환으로 CJ대한통운이 미국과 인도 물류업체 인수를 검토했지만, 협상 단계에서 좌초됐습니다.

이에따라 글로벌 물류기업 도약계획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CJ오쇼핑도 자체 브랜드 개발과 글로벌 시장 확장에 박차를 가해왔지만 M&A 차질로 상당수 계획이 보류됐습니다.

실적도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CJ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 받았던 CJ대한통운은 지난해 영업이익은 643억 원으로 전년도와 비교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CJ제일제당도 바이오 사업의 실적악화로 영억이익이 30% 급감했습니다.

CJ그룹의 지난해 전체 매출도 28조 5,000억 원으로 목표였던 33조 원에 미달했습니다.

또 영업이익은 1조 1,000 억 원으로 전년보다 2,300억 원 가량 줄었습니다.

CJ그룹 측은 "오너 부재의 위기상황으로 올해 경영계획을 '긴축경영' 위주로 잡았다"며 "투자, 고용 역시 보수적으로 수정하는 게 불가피할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 앵커멘트 】
그렇다면 CJ그룹에 대한 증권사 시각은 어떻습니까?


【 기자 】
사실 오너 비리, 기업 이미지에는 큰 악영향을 미치지만 주가에는 단기적인 이슈로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증권업계에서는 오너비리 그 자체를 큰 악재로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물론 심리적인 악재가 되며 단기적인 변동성을 줄 수는 있지만 오래가지 않는다는 의견이 우세한데요,

한 증권사에서는 재벌 총수가 구속된 다음 해의 기업 주가가 좋았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총수가 구속되면 혹독한 실적 정상화와 투명성 개선에 나서면서 기업가치가 좋아진다는 주장인데요,

CJ 측도 올해 긴축 경영으로 가닥을 잡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줄면서 실적도 좋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M&A나 설비증설, 출점 확장 등이 지체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실망감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CJ그룹의 성장동력인 인수·합병이제대로 추진되려면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현재의 전략기획 협의체로는 공격적 경영이 어렵다는 주장입니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5월부터 지금까지 중단되거나 지연된 계열사의 투자액만 6,4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너 부재라는 현실에서 투자와 사업 진행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주가 하락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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