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남은 한미 관세협상
협상 성패, 李대통령 달려
등판 타이밍 놓치지 않아야
한미 정상회담부터 성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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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
“다른 국가보다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G7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관세 협상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신중한 어조와 함께, 그가 이번 관세 협상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시한이 열흘 남았다.
이 대통령에게는 국제무대에서 처음으로 실력을 시험받는 자리다.
정부가 총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손에 잡히는 성과는 없다.
다음 달 1일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한국은 25%의 상호관세를 두들겨 맞으며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다고 무작정 서두를 수도 없다.
이 대통령이 말했듯, 중요한 것은 남들보다 앞서는 것보다 뒤처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뿐 아니라 경쟁국도 함께 살펴야 한다.
실제로 얼마 전 마이클 비먼 전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한국이 도달할 수 있는 ‘성공적인 합의’ 수준을 15~18% 관세율로 예상했다.
미국과 무역이슈가 없었던 영국은 10%였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각각 20%와 19%였다.
일본은 15%에서 미국과 타결을 봐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의 경쟁 상대 등을 감안해 봤을 때 일본 수준에서는 합의접을 찾아야 대미 수출 시장에서 불리하지 않을 수 있고 경쟁력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전직 장관은 트럼프의 관세정책을 미국 내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부가가치세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소비에 새로운 세금을 얹으면서 외국의 손을 빌리는 셈이라는 것이다.
어차피 관세는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는 주장이다.
물론 관세율이 경쟁국가보다 더 높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실 트럼프가 사전 예고했던 한국의 관세율(25%)이 일본과 같았을 때부터 찜찜했다.
결국 일본 정부는 참의원 선거가 끝나자마자, 쌀과 자동차시장을 개방하는 등 파격적인 양보를 하며 전격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섬뜩할 정도로 치밀한 협상술이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덕분에 무관세 혜택을 누렸다.
같은 관세율도 억울한 한국에 일본보다 높은 관세율이 매겨진다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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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국가별 상호관세율 현황표를 들고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만 피한다면 8월 1일 시한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
내실 있는 협상이 우선이다.
미국이 관세 유예기간을 또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
“8월 1일까지 합의하는 것보다, 질 높은 합의에 더 관심 있다”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이 예사롭지 않다.
다만 이 대통령이 협상 국면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국가 간 협상에서 대통령의 개입은 필연이고, 정치적 리스크 역시 대통령의 몫이기 때문이다.
대외협상을 놓고 국론이 분열되는 현상은 한국에선 익숙한 풍경이다.
그때마다 타깃은 대통령이었다.
우루과이라운드, 광우병 파동, 한미FTA, 사드 배치 논란 모두 대통령에게 불똥이 튀었다.
문제는 등판 타이밍인데, 너무 늦지 않았으면 한다.
이 대통령은 당장 내일이라도 미국으로 날아갈 각오를 해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을 건너뛴 상태에서 불리한 관세율이 확정된다면, 이 대통령의 반미·친중 이미지가 불이익으로 작용했다는 비판이 쏟아질 것이다.
한국이 먼저 제안한 통상·투자·안보 종합 패키지도 한미 간 어색한 분위기를 푸는 것이 선결 과제다.
이 대통령의 정치 역정에는 고비 때마다 뜻밖의 돌파구가 뚫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이 우연이든, 행운이든 또는 치밀한 준비와 상상력의 결과이든 간에 말이다.
이번 관세 협상에서도 반전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국민들은 그런 장면을 보고 싶어 한다.
[이진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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