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벨 푸치 이케아코리아 대표가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활짝 웃고 있다.

이승환 기자


소비재 기업은 늘 내구성 딜레마에 빠진다.

소비자는 튼튼한 제품을 선호하지만 제품 수명이 너무 길면 신제품을 팔기가 어렵다.

매년 기능이 추가되는 전자제품과 달리, 가구는 부서지지 않으면 수십 년도 쓴다.

기업 입장에서는 웬만큼 쓰고 기능을 다하는 제품이 더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회사는 어떻게 하면 제품을 '더 오래, 또다시, 다른 용도로' 쓸지 고민한다.


최근 경기 광명시 이케아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이사벨 푸치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며 "이케아코리아는 2014년 한국 진출 이후 자원을 스마트하게 쓰고 비용을 효율화해 제품 가격을 낮추는 '해피서클'(선순환)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푸치 대표의 공언은 빈말이 아니다.

이케아코리아는 2023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1400여 개 제품 가격을 평균 15% 인하했다.

지난해 탄소 배출은 2020년보다 20% 줄였다.

매장 외벽에 태양광 패널을 달아 전력의 8%를 직접 생산하고, 30%는 신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등 친환경 정책을 실행한 덕분이다.

이케아 원목 제품의 97%는 재활용한 나무나 지속가능한 산림관리(FSC) 인증 목재를 쓴다.

푸치 대표는 테이블에 놓인 식기를 들어 보이며 "이 그릇의 65%는 폐세라믹이고, 지퍼백에도 사탕수수 재활용 소재가 50% 이상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케아에서는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이미 출시한 제품을 수차례 업그레이드한다.


푸치 대표는 "우리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적용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한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성은 디자인, 기능, 가격을 비롯해 제품 출시 전 반드시 갖춰야 하는 5가지 요건 중 하나다.

이케아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자원 순환형 제품 디자인 가이드'에 따라 수리와 재활용이 가능하게 설계한다.


중고 매입 서비스인 '바이백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이케아코리아는 2020년부터 4년간 1만5500여 개의 이케아 제품을 중고로 되샀다.

이사나 인테리어 변경으로 버리게 된 이케아 제품을 매장에 팔면, 이케아 전문팀이 제품을 수리해 낮은 가격에 재판매한다.

제품 수명을 늘리면 제품은 두 번째, 세 번째 주인을 찾아 쓰임을 이어 간다.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자연히 고객층도 넓어진다.


이케아는 음식물 쓰레기 감축에도 신경을 쏟고 있다.

이케아의 푸드코트 매출은 2020년 대비 지난해 18% 늘었는데, 같은 기간 음식물 쓰레기는 되레 43% 줄었다.

인공지능(AI) 시스템으로 분석해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는 퇴비나 축사 바닥재로 활용했다.

이케아코리아는 향후 매년 35t의 커피 찌꺼기를 재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모기업인 잉카그룹은 지난 3월 음식물 처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한국 기업 리코에 585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푸치 대표는 여성 인력 활용에도 관심이 많다.

푸치 대표는 "기업들은 여성 인력의 가치를 이해하고 남성과 동등한 임금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반드시 얘기해야 한다"면서 "특히 가정을 돌보느라 일을 중단한 여성은 다양한 경험을 갖춘 경력자이기 때문에 이들을 배제하는 건 경쟁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양성과 평등은 인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경쟁력과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푸치 대표는 한국살이 3년 차다.

그는 "한국에 사는 건 독특하고 즐거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의 집에는 모던한 이케아 제품과 어울리는 한국 자기와 고가구를 함께 뒀다.

트레킹 마니아인 푸치 대표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한국의 산이다.

"바쁠 때는 북한산! 혼자라고 느낄 틈이 없죠. 새벽 4시부터 산에 온 외국인을 보면 '도와줄까요?' 하면서 다들 먼저 말을 걸거든요."
지난 주말 다녀왔다며 그가 내민 지도에는 '설악산' 세 글자가 찍혀 있었다.


[이유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