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만드는 기계인 공작기계 생산
머시닝센터 등 400개 제품 라인업
車·반도체·항공우주에 장비 공급
매출 80% 해외 창출, 세계 3위 기업
보잉·GE·롤스로이스도 큰손 고객
기업공개 적절 시점에 재도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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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종 DN 솔루션즈 대표 |
일반 소비자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산업 분야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 이들이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경쟁력에 끼치는 영향은 마치 몸이 아프고 나서야 기초체력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기계를 만드는 기계인 ‘공작기계’로 글로벌 3위·국내 1위(매출 기준)를 달리고 있는 DN솔루션즈의 김원종 대표는 지난 18일 매일경제에 “글로벌 제조 강국인 한국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자 기술 자립의 출발점”이라고 공작기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32년까지 매출 4조원을 달성해 공작기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김 대표는 “인공지능(AI) 진단 시스템 개발 등을 위해 ‘24시간 연구개발(R&D) 체계’를 갖추고 우수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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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종 DN 솔루션즈 대표 |
-제조업 강국인 한국에 공작기계가 지니는 의미는.
▶공작기계는 모든 산업의 생산 기반이다.
자동차, 조선, 반도체, 항공우주, 방위산업 등 거의 모든 제조업 분야에서 부품 가공의 핵심 장비로 사용되기 때문에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이자 기술 자립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이 글로벌 제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데에도 공작기계 산업의 성장이 큰 역할을 했다.
일본이나 독일처럼 자국산 공작기계로 핵심 부품을 직접 가공하고, 생산 기술을 내재화할 수 있는 역량은 제조 생태계의 자립성과 확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독일·일본 장비가 주류를 이루던 공작기계 시장에서 어떻게 점유율을 끌어올렸나.
▶DN솔루션즈는 전체 매출의 약 80%를 해외에서 창출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축적해온 독자 기술력을 바탕으로 터닝센터와 머시닝센터 등 400여 종의 폭넓은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으며, 66개국의 140여 개 해외 딜러 네트워크를 통해 자동차, 정보기술(IT)·반도체, 항공우주, 의료, 에너지 등 글로벌 수요 산업에 대응하면서 수출 실적을 쌓아왔다.
독일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는 장비 시연과 교육, 판매가 가능한 테크니컬센터를 구축해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있으며, 베트남 호찌민에는 현지 법인을 신설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의 제품 판매와 기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 벵갈루루에서는 신공장과 R&D센터 설립도 추진 중이다.
-DN솔루션즈 고객사는 주로 어디인가.
▶대표적인 예는 자동차다.
DN솔루션즈는 전 세계 완성차업계에 부품을 공급하는 북미의 리나마(Linamar) 같은 대형 고객사가 있다.
실린더 블록, 실린더 헤드, 크랭크 샤프트 등 내연기관 부품은 물론 전기차 모터 하우징, 배터리팩 케이스 등의 가공에도 당사 장비가 사용된다.
항공우주 분야에도 큰 고객사들이 있다.
보잉, 에어버스, GE, 프랫앤드휘트니, 롤스로이스, 하니웰 등 주요 글로벌 항공기 제작사들의 엔진과 랜딩기어 등 다양한 부품 제작에 당사 장비가 쓰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한국 기업 40여 곳 중 13곳이 DN솔루션즈의 고객사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당사 공작기계는 쿼츠링 등 웨이퍼 공정에 필요한 고정밀 소모품 제조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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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종 DN 솔루션즈 대표 |
-공작기계가 전략물자·방산물자로 관리되는 이유는.
▶공작기계는 국방과 첨단산업의 기반이 되는 전략 자산이다.
특히 고정밀 5축 공작기계는 군수품이나 항공우주 부품 등 복잡한 형상 가공에 필수적이며 미사일 부품의 정밀 가공에도 활용될 수 있어 바세나르 협정 등 국제 수출 통제 체계에서 전략물자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각국은 공작기계 수출입을 엄격히 관리하며, 기술 유출이나 군사적 전용을 방지하고자 한다.
우주 발사체를 살펴보면 이 같은 배경을 이해하기 쉽다.
앞서 언급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 과정에서 산화제·연료 펌프를 담당한 한 회사는 DN솔루션즈가 맞춤형으로 공급한 머시닝센터를 활용해 터보펌프 회전날개의 효율을 개선했고, 고온·고압을 견딜 수 있는 경량 회전날개(임펠러)와 인듀서(연료의 압력을 높이는 부품)를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초정밀, 디지털, AI 등 R&D와 산학협력 계획은.
▶DN솔루션즈는 장비의 고장을 사전에 예측해 정비할 수 있는 기술, 그리고 다양한 기계 및 소프트웨어를 블록처럼 유기적으로 연결해 운영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연구자들은 장비 내 온도, 진동 등 다양한 신호를 센서로 측정하고, 이를 AI가 분석해 표준화된 형식으로 통합함으로써 장비 상태를 효과적으로 진단하는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현장 경험을 학계 및 연구기관과 공유하며 산학협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R&D 역량을 키우기위해 부천에 새로 설립 예정인 수도권 R&D센터를 비롯해 창원과 독일, 인도, 미국, 중국, 멕시코 등에 기술 연구소 및 테크니컬센터를 운영하거나 새로 지을 예정이다.
미국은 항공우주, 독일은 소프트웨어 분야에 특화된 센터 오브 엑설런스를 구축해 전 세계 고객 맞춤형 기술 지원을 위한 24시간 R&D 체계를 갖춰 나가고 있다.
- 올해 상반기에 기업공개(IPO)를 철회했는데, 다시 추진할 계획인가.
▶올해 상반기 IPO 추진은 당사의 기업가치를 시장과 공유하고, 향후 투자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전략적 결정이었다.
아쉽게도 당시 국내외 증시 여건 등으로 인해 상장을 연기하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재무구조 개선과 신사업 기반 확충 등 내부적으로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도 시장 환경과 회사의 성장 계획을 면밀히 검토해 적절한 시점에 다시 도전할 예정이며, 더 견고해진 체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 김원종 대표는...
△1964년생 △부산고, 연세대행정학과 △2014년 IBM 고객 및 산업 총괄 대표 △2016년 IBM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기전자 산업 총괄 수석 부사장 △2017~2021년 DTR오토모티브 대표이사 사장 △2022년 두산공작기계 사장 △2022년~ DN솔루션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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