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상환 이자도 DSR 규제에 적용 검토

전세대출 규모 5년새 63% 쑥
서민 돈줄 옥죄기 비판 의식
이자상환분만 우선도입 예고

주담대 보유한 유주택자는
전세대출 원천차단 가능성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 모습. 2025.7.6 [사진 = 뉴스1]
정부가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에 대해 우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편입을 검토하고 나선 건 가계부채 증가세를 견인해온 전세대출을 더 이상 규제 예외 대상으로 둘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세대출은 상대적 약자인 세입자가 받는 대출이란 점에서 정권마다 이 대출을 규제에 포함시키는 데 큰 부담을 느껴왔다.


윤석열 정부 당시인 지난해 1월 금융위원회는 ‘2024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전세대출에 대한 DSR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내수 부진과 탄핵정국 등이 맞물리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규제 시행을 미뤘다.


하지만 이처럼 규제 시행이 차일피일 밀리며 전세대출은 덩치를 계속 키워왔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 따르면 2019년 104조9000억원에 그쳤던 금융권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해 171조1000억원으로 5년 새 63% 급증했다.

올해는 2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저리의 전세대출이 시중에서 전셋값을 올리는 동시에 전세가율을 끌어 올리면서 다시 집값을 밀어올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서민을 위한 저리 대출이 결국 집값을 올리는 부작용을 일으키는 만큼 이번엔 그 고리를 끊겠다는 게 당국의 판단으로 해석된다.


다만 전세대출 전체를 DSR에 포함하는 것에 따른 서민층 부담 증가와 민심 이반 등의 파장을 고려해 당국은 우선 이자 상환분에 대해서만 규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원금은 DSR 산정에서 빠지며 기존에 대출이 없거나 적은 경우엔 이 같은 규제 영향을 덜 받게 된다.

반면 주담대를 보유한 유주택자는 별도로 전세대출을 받으면 최악의 경우 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 소득 5000만원인 차주가 수도권 비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하며 주택담보대출 2억9000만원(연 이자 4%, 만기 30년 가정)을 보유한 경우 DSR은 약 40%다.

전세대출에 DSR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이 상태에서 추가로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전세대출 이자에 DSR 규제가 적용되면 추가로 전세대출을 받는 것이 차단된다.


전세대출의 DSR 규제 편입은 소득이 적은 차주가 크게 전세대출을 일으켜 고액의 전세를 들어가는 행태에도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전세대출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대출을 내기 쉬워지며 소득이 부족한 신혼부부 등도 최대한 대출을 일으켜 신축 아파트 등에 입주하는 일이 많았다.

하지만 규제가 시행되면 소득에 비례해 대출 한도를 내준다는 원칙이 전세대출에도 적용되며 전세대출에 대한 남용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규제 검토는 앞으로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들며 전세 시장이 불안해질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데다 내년은 임대차2법 시행 6년 차에 접어들며 전셋값을 올리는 집주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마저 무분별하게 나갈 경우 시장 불안이 더 커질 수 있어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당국은 전세대출의 규제 편입 시기를 두고 적절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정권 초부터 서민 대출을 옥죈다는 비판은 변수다.

이 때문에 당국은 우선 종전 대책을 통해 가계부채가 진정되는지를 살펴보고 후속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은행권 주담대에 대한 자본 위험가중치(15%)를 25% 선으로 높여 금융사들이 대출을 줄이도록 압박하는 방안도 당국 테이블에 올랐다.

위험가중치가 높아지면 대출을 늘릴수록 자기자본비율을 산정할 때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자본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당국의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7조원대 급증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8월(9조7000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을 공산이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7일 국정기획위 업무보고에서 올해 3분기까지 가계대출 급증세가 계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달부터 3단계 DSR 대출 규제가 시행됐지만 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나선 것이다.

금융위도 현재 주택 거래량 추세에 비춰볼 때 7~8월까지 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조치에도 전셋값·집값이 계속 뛰어오를 경우 전세대출도 6·27 부동산 대책에서 수도권에 6억원 이상 주담대를 제한한 것처럼 특정 액수 이상 대출을 금지하거나 전세대출 만기 도래 시 즉시 상환하게 하는 등의 강경책이 나올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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