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의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변화에 잘 적응하는 인재를 넘어 단기간에 새로운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슈퍼 개발자'를 확보하기 위한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픈AI와 메타 간 갈등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내부 메시지를 통해 메타의 인재 영입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메타는 최근 초지능(ASI)을 개발하기 위해 조직을 신설하며 오픈AI에서 개발자 8명을 채용했다.
이를 위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개발자들에게 연봉 1억달러부터 4년간 3억달러까지의 인센티브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트먼 CEO는 "메타는 다소 불쾌하게 느껴지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으며 앞으로 상황이 더욱 미쳐갈 것"이라고 비난했다.
오픈AI는 주당 80시간 이상 일하는 직원들의 피로도를 고려해 이번주를 '재충전 주간'으로 지정하고 보상 체계를 손보기로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고용 계약 시 퇴사 후 경쟁사로의 이직을 막는 '비경쟁 계약'을 무효로 간주한다.
이 같은 제도는 실리콘밸리의 빠른 성장과 혁신을 가속화해왔지만 경쟁이 격화될 경우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 애플이 아이팟 시리즈로 인기를 끌자 경쟁사들이 애플 직원을 스카우트하기 시작했고, 결국 스티브 잡스 당시 애플 CEO가 "비채용에 대한 합의를 하지 않으면 특허 침해 소송을 하겠다"며 경쟁사를 압박하기도 했다.
빅테크 기업 CEO들이 강조하는 인재상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발견된다.
능동적으로 행동하면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인재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원하는 인재상으로 '모든 것을 배우고 또 성장할 의지가 있는 사람'을 꼽았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빅테크 기업의 한 개발자는 "면접 때 이전 직장에서 겪은 위기를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대한 심층 질문을 받았다"며 "기술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이를 극복하는 능력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능력은 AI 시대에 들어서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패턴화된 직무가 빠르게 사라지는 만큼 한 가지 전문 역량만 갖춘 'I자형 인재'보다 자신만의 전문 영역과 함께 폭넓은 지식으로 어떤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T자형' 인재를 선호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JP모건을 꼽을 수 있다.
JP모건은 데이터 사이언스 역량과 금융에 대한 이해를 동시에 갖춘 '
하이브리드형 인재'를 핵심 인재상으로 제시했다.
현재 빅테크 기업의 인재 경쟁을 두 갈래로 나눠 설명하는 시각도 있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빅테크 기업이 원하는 일반적인 인재상이라면, 다른 하나는 소수의 '슈퍼 개발자'가 대상이다.
AI 인프라스트럭처를 이미 갖춘 기업은 이후 모델 개발에는 소수 인력만 투입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2~3명 개발자만으로도 새로운 AI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실리콘밸리에서 AI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오픈AI가 출시한 'o1'과 '딥 리서치' 기능을 만든 팀원은 몇 명에 불과하다고 알려졌다"며 "이러한 분야에서는 학벌보다 실력이 영입의 첫 번째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인재들의 몸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AI 엔지니어의 일반적인 연봉이 300만∼700만달러로 2022년 대비 50%가량 급등했으며, 최고 수준의 인재의 경우 1000만달러 이상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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