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 집값 역대급 양극화
종부세 합산기준 개편 시급
‘주택 수’ 아닌 ‘가격’ 적용을
다주택자 공제 기준 한도 상향
지방집 전체 ‘1주택 제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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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8일부터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초고강도 대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서울 아파트의 74%가량이 대출액 감소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와 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30일부터 분양이 시작된 서초메이플 자이 근처 부동산 앞. [이승환 기자] |
서울 집값 급등세를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28일부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으로 제한했지만 대출 규제만으로 서울의 집값 과열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출 문턱을 높이면 거래는 줄어들겠지만, 유동성이 서울에 머물러 있는 이상 현금 부자에게 오히려 기회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지방 간 집값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은 다주택자 규제다.
공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똘똘한 한 채’로 집중된 서울 아파트 수요를 분산하는 것만이 정답이다.
이를 위해 다주택자 규제는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2주택자는 부동산 구입 때 취득세, 보유에 따른 종합부동산세, 매매 시 양도소득세까지 부동산 모든 생애주기에서 세금을 중과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누구나 1가구 1주택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은 지방 보유 주택을 정리하고 서울 주요 상급지로 몰려든다.
지방은 아파트를 새로 지어도 ‘미분양’에 허덕이고 서울은 거래량과 매매가격이 급등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더라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월 24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전역으로 확대됐지만 현재 이들 지역이 서울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 폐지를 통해 수요를 분산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현금 부자들이 대출 없이 집을 산다면 이번 고강도 규제도 전혀 통하지 않는다.
서울 여의도 공인중개사 A씨는 “최근 매수를 문의하시는 분들 중에 지방 유지가 많이 계시다.
이들은 30억원 아파트를 사는 데 4억원만 대출을 받는다”며 “오히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SR) 3단계 시행 이후 매수세가 끊기는 시점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가장 급한 건 종부세 가구 합산 금액 기준을 개편하는 일이다.
2023년부터 공시가격 12억원 미만인 주택을 한 채 가진 사람은 종부세를 내지 않고 다주택자는 9억원까지 공제받는다.
문제는 12억원짜리 집 한 채를 지닌 사람은 종부세를 안 내지만 4억원짜리 집 3채를 가진 사람은 똑같은 부동산 자산 12억원을 보유하고도 9억원을 제외한 3억원에 대해 종부세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보유 주택 수가 아닌 보유 주택 공시가격을 합산해 세금을 차등 부과하는 것이 조세 정의에도 맞고 지금 같은 똘똘한 한 채 현상도 막아 지방 부동산 경기를 되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합산 방식을 당장 바꾸기 어렵다면 다주택자에 대한 공제 기준 한도를 올리는 것도 방법이다.
새 정부 들어 도입될 것으로 유력시되는 ‘1국민 2주소제’를 통해 지방 주택 취득 시 1주택에서 아예 제외하는 것도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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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앞에 오피스텔 임대 관련 문의가 붙어 있다. [김호영 기자] |
오피스텔 문제에도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오피스텔을 등록임대하면 종부세 합산에서 배제되고 양도세나 법인세 중과도 제외되지만 주거용으로 등록하면 주택 수에 포함된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주택 수에서 제외하거나 적어도 지방 오피스텔에는 혜택을 줄 필요성이 있다.
물론 지방 부동산에 대한 세금 중과 완화 조치는 지금도 가동되고 있다.
지방 저가 주택을 보유하고도 종부세 1가구 1주택 특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지방 주택가격 기준이 공시가 기준 3억원 이하에서 올해 4억원 이하로 완화됐을 뿐이다.
취득세 중과가 제외되는 지방 저가 주택 기준도 올랐지만 공시가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완화돼 여전히 시장 기대에는 못 미친다.
규정이 있지만 ‘화끈’하지 않은 탓에 현재 지방 준공 후 미분양은 2만7000가구를 돌파하며 12년여 만에 최고치로 높아지는 등 공급 시장도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부동산 세금 혜택을 찔끔찔끔 풀어줘선 큰 효과가 없다”며 “법인이나 개인 임대사업자가 지방 부동산 시장에 진출할 땐 종부세와 취득세를 과감하게 면제해주고 지방 아파트 수분양자에겐 10년간 양도세 비과세 특례를 주는 등의 파격적 혜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동기획 : 건설산업연구원, 매일경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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