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점수에도 안된다고?”…은행 대출 문턱 높아지자, 제 2금융권으로 돌아서는 서민들

같은 신용 1등급도 900점 초반대는 대출 어려워
3단계 DSR 전 막차수요, 신용점수 인플레 영향
인뱅 비롯해 카드·보험사 등 2금융권 약정수 ‘쑥’

은행 대출 창구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시중은행들이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분위기에 맞춰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신용대출을 받기위한 신용점수 심사 커트라인이 높아지고 있다.

신용점수 만점에 가까운 고신용자가 아닌 이상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고 이에 따라 돈이 급한 수요자들은 비교적 심사가 덜 까다로운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25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신한·우리·하나·KB국민 등 4대 시중은행에서 지난달 일반신용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평균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신용점수는 933.75로 집계됐다.

대출가능 평균 신용점수 하단은 922점, 상단은 942점이다.


KCB 신용점수는 1000점 만점이며, 올해 기준으로 1등급은 900~1000점대다.

그 이하는 ▲2등급 870~899점 ▲3등급 840~869점 ▲4등급 805~839점 ▲5등급 770~804점 등으로 구성됐으며, 총 구분 등급은 10등급(600점 이하)까지 있다.


KCB는 신용점수 900점 이상, 즉 1등급을 ‘고신용자’로 구분하며 2~3등급은 ‘준고신용자’, 4~5등급은 ‘중신용자’, 그 이하(769점 이하)는 ‘저신용자’로 구분된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에서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은 차주들의 평균 신용점수는 937.75다.

전세자금대출 역시 평균 신용점수는 928.5로, 하단 925점, 상단 932점 등 고신용자에 집중돼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가계부채 관리에 나선 정부의 분위기에 맞춰 시중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대출 수요자들은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이나 카드사, 보험사 등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인뱅3사(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에서 지난달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평균 신용점수는 876.33점이다.

하단은 860점, 상단은 886점으로, KCB 기준 2~3등급 수준이다.


인뱅과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신용점수 평균 격차는 57.42점에 달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신용대출 수요자 A씨(38)는 “주거래는 시중은행이지만, 거기서 대출을 받긴 어렵더라”며 “최근 인뱅에서 대출심사를 받았고 만족스러운 한도는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대출을 받으려 한다”고 전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는 대출 조건이 더 까다로워지는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전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자가 쏠린 데다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신용점수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점수의 변별력이 약해지는 현상)이 만연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KCB 등급 분류상 신용등급이 1등급 고신용자더라도 900점대 초반이면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졌다.


핀테크 기업 핀다가 지난달 3~4주차의 사용자 대출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신용점수 900점 이상인 고신용자가 받은 2금융권 대출 약정 수는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방안이 발표됐던 3주 차 대비 4주차에 40.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벽이 높아지자 고신용자들도 카드사, 보험사 등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추세다.

핀다 조사 결과, 보험업권에서 고신용자의 대출 약정 수(100%)와 약정액(117%) 증가율이 가장 두드러졌고, 한도조회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업권은 카드(31%)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같은 신용 1등급이더라도 소득, 연체이력, 대출 신청 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심사하기 때문에 930~40점대 이상 정도 돼야 대출 안정권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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