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병 환자 10만여 명 고통
당뇨·고혈압 등 앓고 있다면
매년 혈액·소변검사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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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매경 인터뷰에서 만성콩팥병 조기발견을 위해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
“만성콩팥병은 투석이 임박한 지경에 이르기까지 무증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발병 여부를 알려면 정기 검진이 필수죠. 특히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병 중 하나라도 앓고 있다면 최소 1년에 한 번씩 혈액·소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
최근 만난 김용철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의 특징과 꾸준한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만성콩팥병에 투입되는 의료비는 연간 2조원 이상으로, 단일질환 기준 최대규모다.
김 교수는 “만성콩팥병의 1인당 의료비 지출은 연 849만원으로 암보다 높은 1위”라며 “특히 말기 콩팥병 환자들은 투석이나 이식과 같은 고비용 치료를 장기적으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한 사람도 나이가 들면 콩팥 기능이 점차 떨어지는데, 여기에 이상지질혈증으로 인한 지방 침착까지 더해지면 기능 저하 속도는 훨씬 빨라지고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심뇌혈관질환 위험도 높아진다”며 “신장은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검진하고 지질 이상 등의 위험 요인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콩팥은 혈액을 걸러 소변을 만들고 수분과 전해질의 균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기능 저하가 3개월이상 지속되면 만성콩팥병으로 진단된다.
만성콩팥병은 사구체여과율(신장이 1분 동안 걸러내는 혈액의 양)에 따라 1~5단계로 나뉘는데, 5단계는 투석이나 신장 이식이 필요한 말기에 해당한다.
김 교수는 “콩팥은 체내 노폐물을 정화하는 정수기 필터와 같은 장기”라며 “기능이 정상이더라도 혈뇨, 단백뇨 등 소변 이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콩팥병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만성콩팥병의 유병률이 상승함에 따라 말기 콩팥병 환자 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 국내 말기 콩팥병 환자는 10만여 명으로 지난 10년간 2배 이상 늘었다”며 “전체 인구 대비 환자 수와 증가율 모두 세계 3위권”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구 고령화와 평균 수명 연장, 당뇨 환자들의 유병기간 장기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성콩팥병의 특징은 신장질환 자체보다 심뇌혈관계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이다.
대한내과학회에 따르면 만성콩팥병 환자의 2명 중 1명은 심근경색, 뇌졸중, 뇌출혈 등으로 목숨을 잃는다.
질병청에선 만성콩팥병 환자의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2배 높다고 보고 있다.
김 교수는 “신장질환과 심뇌혈관질환은 별개가 아닌 하나의 연속선상에 있는 질병”이라며 “투석이나 이식으로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순 있으나 기저질환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사망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상지질혈증은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거의 예외 없이 동반되는 대사질환이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두 질환을 모두 가진 환자를 심뇌혈관질환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적극적인 약물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상지질혈증을 치료하려면 스타틴 계열 약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데, 그중 아토르바스타틴은 신장으로 배설되는 비율이 2% 미만으로 낮아 신장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도 용량 조절 없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며 “이상지질혈증을 가진 만성콩팥병 환자는 L
DL(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100mg/dL 이하로 관리해야 심혈관계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환자들의 약물 순응도가 높지 않다는 데 있다.
김 교수는 “스타틴의 부작용 발생 확률은 0.01% 수준으로 매우 낮고, 여러 임상적 상황에 대한 연구가 풍부하게 이뤄져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물인 만큼, 부정확한 정보에 휘둘리지 말고 의학적 근거에 따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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