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택은 지난해 GS칼텍스 매경오픈 정상에 오르는 등 비가 오는 날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GS칼텍스 매경오픈 최종일 경기 장면. 매경DB


아마추어 골퍼들과 프로 골퍼 모두 비 오는 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고 다양한 시도를 한다.

페어웨이와 그린 등이 물에 잠길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라운드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수중전을 치러야 할 때는 평소보다 신경 쓸 게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립을 건조하게 유지하는 등 몇 가지만 확실하게 지키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와 아시안 투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등에서 활약 중인 프로 골퍼들이 매년 소화하고 있는 수중 라운드는 40~45회 정도 된다.

날씨에 관계없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해야 하는 만큼 프로 골퍼들은 비가 오는 날 좋은 성적을 내는 자신만의 비법을 갖고 있다.

올해도 7월과 8월에 많은 비가 예보돼 있는 가운데 몇몇 프로 골퍼와 지도자들이 우중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공개했다.



견고한 스탠스
지난해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자이자 올해 백송 홀딩스·아시아드CC 부산오픈 정상에 오른 김홍택은 비가 오는 날 성적이 좋은 선수 중 한 명이다.

지난해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는 최종일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많이 오는 상황에서도 2타를 줄이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에서도 김홍택은 자신만의 플레이를 펼치며 우승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었다.


김홍택이 우중 라운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가지는 스탠스다.

스윙하는 과정에서 양발이 조금이라도 미끄러지면 목표 지점으로 공을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지면이 미끄러운 날에는 스탠스를 견고하게 가져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건 양쪽 엄지발가락에 평소보다 체중을 실어주는 것이다.

이 점을 신경 쓰면서 플레이해야 발이 미끄러지는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중 라운드에서는 스탠스 폭을 평소보다 좁게 가져가는 것도 김홍택만의 비법이다.

그는 "날씨가 좋을 때는 괜찮지만 지면이 비에 젖어 있을 때는 나도 모르게 미끄러질 수 있다.

혹시 모를 실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양발 너비를 좁혀 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 클럽 더 잡고 부드럽게 스윙
올해 미국프로골프(PGA) 콘페리투어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다음 시즌 PGA 투어 출전권을 사실상 확보한 김성현은 수중전에 강한 대표적인 선수다.

2020년 KPGA선수권대회 우승을 비롯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수차례의 성적을 비가 오는 날 작성했다.


비를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는 아마추어 골퍼들과 다르게 김성현은 우중 라운드를 선호한다.

그린이 평소보다 부드러워지면서 핀을 직접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린 위에서보다 편하게 퍼트를 할 수 있는 만큼 김성현은 우중 라운드에서 더욱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김성현은 "아무리 좋은 샷을 해도 거리를 정확하게 계산하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비가 오는 날에는 거리 계산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

강수량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한 클럽을 더 잡고 부드럽게 스윙을 한다.

평소와 동일한 클럽을 잡고 스윙을 하면 미스샷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5~10m 길게 거리 계산
KPGA 투어 통산 상금랭킹 1위인 박상현은 우산을 써야 할 정도로 비가 내리면 평소와는 다르게 거리를 계산한다.

박상현은 "비가 오는 날과 오지 않는 날의 가장 큰 차이는 발생하는 런의 거리"라며 "지면이 젖어 있을 때는 드라이버 샷을 할 때도 런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아이언 샷도 마찬가지인 만큼 평소보다 5~10m 길게 보고 쳐야 목표 지점으로 공을 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현은 그린 주변에서 웨지샷을 할 때도 이 점을 신경 쓰고 있다.

그는 "수중 라운드에서 절대 하지 않는 게 하나 있다.

공을 굴려 홀에 붙이는 러닝 어프로치"라며 "그린에 떨어졌을 때 공이 얼마나 굴러갈지 계산하기 어려운 만큼 우중 라운드 때는 공을 띄워서 치고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도 비가 오는 날에는 공략에 변화를 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손목 사용하지 않는 펀치샷
이승택과 이태희, 김민선, 유송규 등을 지도하고 있는 김기환 스윙코치가 제자들에게 우중 라운드에서 추천하는 방법은 손목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스윙이다.

김 코치는 "드라이버부터 6번 아이언까지는 손목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아야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클럽 헤드 페이스가 로테이션되는 과정에서 물기가 묻어 캐리 거리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코치는 "우중 라운드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신경 써야 하는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이것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 릴리즈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펀치샷을 프로 골퍼들과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추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사 적게 보고 강하게 스트로크
KPGA선수권대회 우승자 옥태훈 등을 지도하고 있는 김규태 퍼트 코치는 비가 오는 날 퍼트를 잘하는 비결로 경사를 적게 보고 강하게 하는 스트로크를 꼽았다.

김 코치는 "그린에 물기가 있는 만큼 퍼터 헤드와 공의 마찰력이 평소보다 크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공의 속도가 줄어드는 만큼 거리를 조금 더 계산하고 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린 스피드가 달라지는 만큼 비가 오는 날에는 봐야 하는 경사의 양에도 차이가 있다.

우중 라운드를 할 때는 평소보다 조금 더 적게 보고 퍼트를 해야 성공률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정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