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쓰면 돈 더 나오잖아”...성능 같을땐 저렴한 부품 쓰자는 금감원

금감원 표준약관 손질나서
자동차보험료 부담 감소기대

앞으로는 자동차 수리를 보험으로 처리할 때 가격이 더 저렴한 품질인증부품을 활용하게 될 전망이다.

자동차 보험료를 내려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보험사 또한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품질인증부품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보험 표준 약관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품질인증부품은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검증기관에서 심사해 인증한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 제작사가 제조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부품과 성능·품질이 같거나 유사하다.

보험개발원이 최근 OEM 부품과 품질인증부품을 비교 시험한 결과 시속 56㎞의 충돌 안전성시험에서 두 부품 간 성능에 차이가 없었다.

가격은 품질인증부품이 35~40% 저렴하다.


성능은 동일하고 가격은 저렴한데도 활용률은 극히 낮다.

대부분 고객은 피해자로서 사고가 생겼을 때 가급적 OEM 부품을 쓰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돈이 나가는 게 아니므로 자연스럽게 ‘정품’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보험 수리에서 품질인증부품 등 비OEM 부품 사용률은 0.5%다.

미국과 유럽은 30%에 달하는 것과 대조된다.

2015년부터 품질인증부품 제도가 시행됐음을 고려하면 10년간 제자리에 머물렀던 셈이다.


금감원 [사진 = 연합뉴스]
금감원이 표준약관을 개정하는 건 품질인증부품 활용에 보다 강력한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약관을 개정한 후에는 부품값을 포함해 대차료 등 전체 비용이 낮은 쪽으로 수리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 고가 자동차 운전자 등에게서 반발을 살 가능성도 있다.

한 보험업권 관계자는 “보험은 피해자나 고객이 원하는 모든 걸 해주는 게 아니라 통상적 손해를 보상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험약관이 개정된다고 해도 품질인증부품 활용률이 즉각 치솟지는 않을 전망이다.

품질인증부품은 아직 수급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대차료 등을 따지면 총 수리비가 더 많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는 품질인증부품 활용을 통해 보험 가입자와 보험사 모두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본다.

자동차보험료가 전반적으로 인하되면 사고를 입지 않은 고객도 수혜를 보게 된다.

아울러 보험사 입장에서는 치솟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진정할 방안이 된다.

지난 4월 기준 주요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0% 중후반대로, 손익분기점인 80% 초반대을 훌쩍 뛰어넘는다.

품질인증부품 사용 활성화를 통해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자동차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는 셈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자동차 부품 가격이 떨어지는 효과도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OEM 부품 제조사가 품질인증부품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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