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후티반군 왜 잠잠하지?…이란 ‘저항의 축’ 작동 안하는 이유는

헤즈볼라는 지난해 이스라엘 공격에
지도부 죽고 무기 상당수 파괴당해
후티 반군은 위치 드러날까봐 자제중

美 이란 공격하면 상황 달라져
“반미 분노 커져 연대 강화될 것”

이란 테헤란의 광장에서 시민들이 팔레스타인 국기와 이란 국기를 함께 흔들고 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
이란 지도자들은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증오를 공유하는 중동의 민병대 동맹 네트워크 ‘저항의 축’을 구축해 왔다.


이란은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팔레스타인 하마스,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등 ‘저항의 축’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역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정권을 보호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도 불구하고 저항의 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지적했다.


한때 저항의 축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이었던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이후 단 한 발의 미사일도 발사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직후 규탄 성명을 내고, 19일에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침략에 맞서겠다”며 이란과 연대를 표명한 게 다였다.


예멘 후티 반군은 지난 15일 이스라엘에 여러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그 이후로는 별다른 공격을 하지 않고 있다.


이란이 지원하는 이라크 내 시파아 민병대도 과거처럼 미군 기지를 표적으로 삼지 않고 있다.


저항의 축이 작동하지 않는 것을 각 무장정파들이 그들의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특히 이스라엘이 그동안 압도적인 군사력과 정보력을 과시했기 때문에 이스라엘과의 정면충돌을 더욱 꺼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9월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비롯한 고위 지도부가 죽고 무기의 상당수가 파괴돼 지도력과 군사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더욱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이란의 지원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티 반군은 이란이 이스라엘의 정보기관들에게 낱낱이 파악돼 공격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중동 전문가인 케임브리지 대학의 엘리자베스 켄달 박사는 설명했다.

그는 “아마 그들은 지금은 조용히 몸을 낮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움직이기 시작하면 결국 자신을 드러내고 위치도 노출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경우 20개월 동안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인 끝에 지도부 상당수가 사망했다.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경우 석유를 통해 얻고 있는 이익에만 집중해 적극적인 개입을 꺼리고 있다.

전쟁이 확대되면 잃을 것이 많기 때문이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레나드 만수르 선임 연구원은 “지금 저항의 축 네트워크의 모두에게는 생존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이들은 모두 군사 작전이 얼마나 분노를 초래하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후티 반군의 경우 이란이 외교적 해결을 우선시하는 동안 전쟁에 참여할 적절한 시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예멘 전문가 아흐메드 나기는 “후티 반군은 이란과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충돌에 대한 제한적 개입은 계산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직접 이란 공격에 가담할 경우에는 무장정파들의 계산이 완전히 바뀐 가능성도 크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에 대한 무슬림의 분노가 커져 이들 무장정파가 이란과의 연대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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