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빚 상환을 어려워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어나며 주요 금융지주에서 무수익여신(NPL)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무수익여신은 원금은 물론 이자까지 회수하지 못하는 여신으로 '깡통대출'이라고 부른다.


10일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계열사 전체 무수익여신은 14조8043억원에 달했다.

작년 말 13조455억원에서 불과 3개월 만에 1조7588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1분기 전체 여신 증가(2조8272억원)의 62%에 달한다.


현재 속도대로라면 상반기 내 17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금융지주가 이자 장사에 골몰한다고 비판받지만, 한편으로는 이자도 못 받는 대출의 처리 방안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지주 계열사 중에서는 은행의 무수익대출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5대 은행의 무수익여신은 작년 말 4조3733억원에서 1분기 만에 1조원 넘게 늘어나며 5조3759억원에 달했다.

기업과 가계 전반에서 부실 자산이 불어나는 가운데 특히 기업에서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KB국민은행은 무수익여신이 작년 말 9231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3680억원으로 48% 증가했는데, 이 중 기업 비중이 70%에서 76%로 치솟았다.


서민의 급전 창구로 자주 활용되는 제2금융권에서도 무수익여신이 크게 늘었다.

5대 금융그룹 카드사(농협카드는 은행에 포함)의 무수익여신은 3개월 만에 9715억원에서 1조1237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캐피털에서도 무수익대출이 20% 불어나며 1조원을 돌파했다.

이 밖에 여전히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저축은행, 부동산신탁사 등에서도 무수익 자산이 많아졌다.


대형 금융그룹은 여신 건전성 악화의 원인으로 경기 침체를 꼽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대기업의 기업회생 신청이 많아지고 소상공인의 건전성이 나빠졌으며 개인사업자와 중소법인 여신이 무수익여신으로 다수 편입됐다"면서 "카드사에서도 카드론과 유이자할부 등 상대적으로 상환 능력이 취약한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홈플러스 사태 등에 따라 부실 대출 처리가 많아진 것도 금융그룹이 보유한 대출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요 금융지주는 무수익여신 해결 방안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무수익여신을 시장에 내다 파는 '매각'과 장부에서 지우는 '상각'을 통해 지속해서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은 올해 1분기 총여신 잔액이 줄어들 정도로 대출을 까다롭게 관리했지만, 무수익대출은 1조원 늘어나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5조원을 넘었다.

KB금융 관계자는 "계열사인 KB부동산신탁이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책준형) 사업장의 건전성 분류 기준을 보다 보수적으로 적용하며 무수익여신이 더 많이 증가했다"며 "남은 책준형 사업장 대부분은 올해 안에 준공될 예정이라 관련 위험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연체관리 태스크포스팀(TFT), 위기기업선제대응ACT 등 조직을 구성해 건전성 관리에 철저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우리금융지주 또한 1분기 새 총여신이 1% 넘게 줄어드는 동안 무수익여신은 17% 급증했다.

우리금융 측은 "우량 자산 중심의 저위험 자산으로 재구조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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