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통령 취임 불과 8시간 전까지 이어진 개표열기…참관인 나선 부정선거방지대 ‘깐깐함’에 실랑이도

선관위 ‘개표사무원’ 직접 해보니
약 800여명 개표사무원 대강당에 꽉 차
개표 단계별로 역할 나눠 개표 진행
부방대 회원들, 참관인으로 들어와 실랑이 생기기도

제21대 대선일이던 지난 3일 밤 11시 50분께 개표사무원들이 인천서구개표소에서 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지혜진 기자]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매일경제가 직접 개표사무원으로 위촉돼 개표 현장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함께해 봤다.


지난 3일 오후 7시, 개표사무원들이 인천 서구 개표소로 지정된 인천광역시 인재개발원 체육관으로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재보궐선거 대선 투표가 오후 8시에 끝나기 때문에 개표 준비를 미리 시작하기 위해서다.


남녀노소가 고루 섞인 약 700~800명의 개표사무원 및 개표참관인들이 체육관 입구에서 본인 확인을 한 뒤 비표를 받았다.

개표사무원들은 개표소 입구에 부착된 자리표에서 본인 이름을 찾았는데, 체육관이 워낙 커서 본인의 자리를 찾아가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지난 3일 오후 7시께 개표사무원들과 참관인들이 개표소 밖에 부착된 자리표에서 본인의 이름을 찾고 있다.

[사진 지혜진 기자]

개표사무원과 참관인들이 자리에 착석을 마친 후, 선관위에서 미리 개표 교육을 이수한 ‘책임사무원’이 개표사무원들에게 각 자리별 역할을 안내했다.

이후 국기에 대한 대한 경례, 선서문 낭독 등의 절차를 거쳐 오후 8시 34분 ‘개표 개시 선언’이 이뤄졌다.


개표사무원들의 역할은 크게 투표함접수부, 개함부, 투표지분류기운영부, 심사·집계부, 우편투표전담부로 분류됐다.


지난 3일 저녁 8시 10분께 인천시 서구 소재 투표소에서 서구 개표소로 투표함이 이송되고 있다.

투표소의 선거관리관, 투표참관인, 호송 경찰이 동행한다.

[사진 지혜진 기자]

이날 오후 8시 본투표가 끝나자 인천 서구 내 모든 투표소의 투표함이 인천 서구 개표소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투표함은 투표소에서 개표소에 도착할 때까지 투표소 선거관리관, 참관인, 호송경찰의 동행 하에 이송됐다.

관내·관외 사전투표함은 사전투표소에서 인천 서구 선관위으로 옮겨져 24시간 CCTV 감시 하에 보관돼 있다가 이날 오후 9시 30분께 개표소로 이동됐다.


개표소 입구에 위치한 ‘투표함접수부’ 사무원들은 투표함에 특수봉인지 3개가 알맞은 위치에 이상 없이 부착돼 있는지, 투표록을 비롯한 모든 투표관계서류가 제대로 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개표소 입구에 자리한 ‘투표함접수부’ 사무원들이 투표함의 특수봉인지 상태와 투표록을 비롯한 모든 투표관계서류가 제대로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 지혜진 기자]

확인을 끝낸 투표함은 개표사무원들의 손에 들려 개표소 안으로 옮겨졌다.

개표소 안으로 이동된 투표함들은 개함 전에 가지런히 모여 있었는데, 이때 참관인들은 돌아 다니며 각 투표함에 이상이 없는지를 꼼꼼하게 살폈다.


지난 3일 저녁 8시 35분께 참관인들이 개표소로 이동된 투표함의 상태를 개함하기 전에 확인하고 있다.

[사진 지혜진 기자]

오후 8시 34분 개표 개시 선언이 이뤄지자 ‘개함부’는 투표함을 차례로 열어 투표용지를 꺼내고 투표용지를 반듯하게 펴서 정리했다.

개함부가 정리한 투표용지는 ‘투표지분류기운영부’로 넘겨져 분류 기계에 의해 후보별로 100매씩 자동 분류됐다.

모든 투표용지는 한 장씩 스캔된 후 적재함으로 이동했고, 기계가 인식하지 못한 종이는 재확인대상 투표지 칸으로 보내졌다.


투표지분류기가 투표용지를 스캔한 후 기표된 후보별로 적재함에 100매씩 분류하고 있다.

[사진 지혜진 기자]

이후 ‘심사·집계부’는 투표지분류기가 분류한 투표용지에 이상이 없는지 수작업으로 하나씩 확인했다.

투표지심사계수기에 투표용지를 넣고 100매가 맞는지 매수를 확인했다.

또한 재확인대상으로 분류된 투표용지가 유효표인지 무효표인지 판단 기준에 맞춰 심사했다.


개표사무원들이 투표지심사계수기를 사용해 한 묶음으로 묶인 투표용지가 100장이 맞는지 재확인하고 있다.

[사진 지혜진 기자]

심사·집계부가 수작업으로 검토한 투표용지는 8명의 선거관리위원 모두가 한 번씩 더 확인한 후 개표상황표에 이상 없음을 서명했다.

모든 위원들의 서명을 받은 개표상황표는 ‘기록·보고석’으로 이동해 상급 기관인 인천시선관위에 개표 결과로 보고됐다.


8명의 선거위원들이 차례로 개표된 투표용지에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지혜진 기자]

‘우편투표전담부’는 관외 사전투표함을 개표하는 사무원들로, 회송용봉투를 절개해 투표용지를 빼내고 회송용봉투 안에 남아있는 투표용지가 없는지 확인했다.

이후의 절차는 본투표 투표함과 관내 사전투표함 개표와 동일하게 진행됐다.


우편투표전담부의 개표사무원들이 회송용봉투에서 투표용지를 빼내고 있다.

[사진 지혜진 기자]

개표사무원으로 네 번째 활동 중이라는 이 모씨(53)는 “새벽까지 개표를 해야 해서 힘들 것이라 생각하는데, 막상 현장에 와보면 우리나라 역사의 한 장면에 있다는 사실에 힘이 난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부정선거방지대(부방대) 회원들이 개표소에 찾아오거나 참관인으로 활동하며 개표소 내외에서 크고 작은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후 8시 30분께 사전투표함이 옮겨질 때 부방대 회원들은 옮겨지는 투표함 번호를 기록하거나 영상으로 투표함 이송 장면을 촬영했다.

“선관위 수사받고 해체하라” “가족회사 불법채용” “부정선거 그만해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본투표소에서 투표참관을 마치고 바로 개표소로 넘어왔다는 60대 중반 A씨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회원들과 함께 나와 부정선거가 이뤄지는지, 수상한 투표함이 들어오는지 감시하고 있는 것”이라며 “부방대 회원들이 현재 전국 각지 개표소에 다 나가 있고, 인천서구개표소 안에도 개표참관인으로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오후 9시 45분께 부정선거방지대 회원들이 개표소로 이동되는 사전투표함을 감시하며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지혜진 기자]

실제로 이날 부방대 회원들은 보디캠과 무전기를 차고 개표참관인과 일반 관람인으로 들어와 개표 과정을 면밀히 살폈다.

각 개표소 별로 정당은 6명씩, 무소속 후보는 3명씩 참관인을 배치할 수 있고, 개별 신청한 인원도 참관인으로 활동이 가능하다.

이날 부방대 회원들은 무소속 송진호 후보 추천을 받거나 개별적으로 신청해 참관인으로 자리했다.


이들은 본인들이 사전투표소에서 촬영해 놓은 특수봉인지 사진을 개표소에 도착한 투표함의 특수봉인지 상태와 비교하며 이의를 제기했다.

봉인지의 주름 모양이 다르다든지, 봉인지를 넘어 플라스틱 부분에 적어놓은 서명이 살짝 지워졌다든지, 촬영해 놓은 봉인지의 서명과 투표함의 서명이 다르다든지 등을 문제로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새벽 1시까지 8개의 관내 사전투표함이 개함되지 못했고, 선거위원과 참관인들 간 “맞짱 뜰래”라는 말이 오가는 등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부방대 참관인들은 “봉인지를 뜯었을 때 OPEN VOID 표시가 안 남는 경우도 있다”며 “저희는 꼬투리를 잡으려는 게 아니라 합리적으로 생각해 공정하게 개표를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방대 소속이 아닌 다른 참관인들은 “이것 때문에 수 백명이 기다리고 있고, 당신들이 찍어서 모아놓은 자료가 왜 부정선거의 기준이 돼야 하는 것이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실랑이 끝 개표장 폐쇄회로(CC)TV를 돌려보고 개표록에 특이사항을 기재하는 것으로 상황이 마무리됐고, 오전 3시가 넘어 마침내 개표가 마무리됐다.


개표사무원으로 여덟 번째 활동 중이라는 김 모씨(49)는 “2022년도 선거 때는 셀카봉을 가져와서 촬영하는 분들이 계셨는데 그 강도가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며 “올해가 참관인인 부방대 회원들의 참견이 가장 심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함을 다음 선거 때 다시 써야 하는데 봉인지를 넘어 서명을 하면 투표함 재활용에 어려움이 생긴다”며 “공정한 선거를 해야 하는 건 맞지만 투표 및 개표 과정에 소란이 발생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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