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덜 벌어도 최대한 안전하게 가자”…건전성 집중한 저축은행, 보증대출만 늘렸다

1분기 햇살론·사잇돌2 급증
서금원·SGI보험 등서 보증
연체 늘어나도 은행손실 작아

금융지주 계열이 더 몸사려
‘서민지원 역할 외면’ 지적도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저축은행이 올해 1분기 신용대출을 줄이는 동안 보증부대출은 큰 폭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부대출은 신용기관 보증에 근거한 대출로 부도 시에도 금융기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경기 침체에 연체율이 상승하자 보다 안전한 대출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서민금융을 활성화한다는 저축은행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까지 저축은행중앙회에 1분기 실적 공시를 완료한 21개사의 지난 3월 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조5942억원으로 작년 동기와 비교해 162억원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보증대출은 1조936억원에서 1조3798억원으로 3000억원가량 증가했다.


저축은행에서 취급하는 보증대출로는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햇살론과 사잇돌2 등이 있다.

햇살론은 서민금융진흥원이 보증을 제공하며, 사잇돌2는 SGI서울보증보험이 보증한다.

저축은행 입장에선 혹시 대출이 부도난다고 하더라도 대출액의 90%까지는 건질 수 있다.

대신 중간에 보증기관을 끼는 구조다 보니 저축은행이 얻을 수 있는 이윤이 작다.


경기가 악화하며 부실채권이 늘어나면서 신용대출보다 보증대출에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보증 대출을 늘리고 있는 저축은행은 주로 건전성 관리에 촉각을 기울여야 하는 지주 계열사들이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1분기 보증대출 잔액이 6142억원으로 1년 새 18% 신장했고, 하나저축은행은 같은 기간 40% 불어나며 7109억원에 달했다.

이들 저축은행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금융그룹 전체의 건전성을 해칠 염려가 있다.

이에 따라 보증대출 위주로 판매하며 저수익·저위험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민과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주 고객층의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저축은행의 체력은 떨어지고 있다.


이날 저축은행중앙회가 전국 79개 회원사의 1분기 실적을 합산해 발표한 결산 자료에 따르면 1분기 저축은행 연체율은 9%로 전년 말과 비교해 0.48%포인트 상승했다.

기업대출 연체율(13.65%)이 같은 기간 0.84%포인트 오르며 연체율 증가를 이끌었다.

가계대출 연체율(4.72%)도 0.19%포인트 올랐다.

저축은행중앙회 측은 “부실채권 감축을 위해 1조3000억원 규모 매각과 상각을 하며 자구 노력을 펼쳤으나, 연체 여신이 증가하고 총여신 규모가 감소하면서 연체율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은 건전성 외 영역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 1분기 총자산은 118조6000억원으로 3개월 새 2조3000억원 줄었다.

기업과 가계에 빌려준 돈을 의미하는 여신도 1조4000억원 축소됐다.

예·적금을 위해 저축은행을 찾는 발길도 줄었다.

예·적금 잔액을 의미하는 수신이 3개월 사이 2조6000억원 감소하며 100조원을 밑돌았다.

1분기 당기순익 44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는 것을 제외하곤 우울한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저축은행 업황이 악화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보증대출에 집중하는 건 타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전성과 영업 실적에 모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저신용자 신용대출을 늘리는 건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아직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도 갈 길이 멀다”며 “지금 시점에선 영업 속도를 조절하고 건전성을 관리하는 게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경기가 침체했다고 저신용자를 외면한다면 저축은행의 존립 이유가 흐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증대출은 저축은행의 일반 신용대출에 비해 요구 신용등급이 높아서 대상 차주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저신용자 가운데서도 충분히 대출을 상환할 가능성이 있는 차주를 선별하는 게 제2금융권의 목표가 돼야 하는데, 안전성만 추구한다면 제1금융권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없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대안신용평가 모델 개발 등 더 많은 서민에게 여신을 공급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업권의 지속가능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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