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이하 버크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95)가 60년 투자 여정에 종지부를 찍는다.
그는 제60회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주 4만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은퇴를 선언했다.
그의 나이 95세. 지난 2021년 그레그 에이블 버크셔 비보험 부문 부회장(63)을 후계자로 공식 지명했지만, 그의 은퇴를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버핏 회장 스스로 은퇴 계획이 없다고 말해온 데다 투자자가 버핏 없는 버크셔를 상상하기란 힘들었다.
이 때문에 주총 말미 버핏 회장이 은퇴를 선언할 때 주총장은 일순간 술렁였다.
그는 “버크셔 전망이 그레그 에이블의 경영 아래 더 좋을 것”이라며 “내가 모든 (버크셔) 주식을 유지하는 것은 경제적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4만명 참석자는 이내 박수로 60년 투자 현역의 은퇴를 축하했다.
경이로운 버크셔 주가
60년간 550만% 올라
버핏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건강’을 은퇴 이유로 들었다.
그는 “어떤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그가 은퇴를 선언하자 미국에서 그의 삶을 찬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버핏 회장은 미국 자본주의의 모든 긍정적인 면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소셜미디어에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이 버핏 회장의 지혜에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모이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CEO도 인생과 사업에 대한 여러 가르침에 감사를 표했다.
기술·금융 부문 정상에 오른 인사들 또한 버핏 회장의 발자취가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았다.
WSJ도 “워런 버핏 같은 인물은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를 남겼다.
버핏 회장만큼 전 세계 투자 업계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이가 없다.
그는 1964년 몰락하는 직물 회사 버크셔를 사들여 전 세계 최고 투자사로 키웠다.
버크셔는 60년 만에 연간 매출 4000억달러(약 561조원)를 올리는 자회사 180개의 지주사가 됐다.
철도, 에너지, 화학 등 다양한 분야가 망라된 자회사 명단에는 미국 대형 보험사 가이코를 비롯, 건전지 제조 업체 듀라셀과 패스트푸드 체인 데어리퀸 등 유명 업체가 즐비하다.
버크셔 주가는 1964년부터 2024년까지 60년간 550만%나 상승했다.
연평균 수익률이 20%나 된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배당을 포함한 총수익률은 3만9054%였다.
이 역시 놀라운 성장세지만 버크셔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하다.
버크셔 시가총액은 1조2000억달러(약 1683조원)로 전 세계 상장 기업 중 8위다.
비(非)테크 기업 중 시총 1조달러를 넘은 곳은 버크셔가 유일하다.
첫 주식 투자는 11세
소박한 삶의 방식 추구…기부 앞장
1930년생인 버핏 회장의 생애 첫 주식 투자는 11세 때였다.
2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던 1942년 3월, 정유회사 시티스서비스의 주식이 반 토막이 나자 아버지에게 부탁해 3주를 매입했다.
주당 38.25달러에 산 주식이 4개월 뒤 40달러로 오르자 이를 매각해 5.25달러 수익을 기록했다.
버핏 회장은 연방하원에서 4선 의원을 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투자 과정에서 부모 도움을 받지 않았다.
그는 7세 때 공립도서관에서 빌린 ‘1000달러를 모으는 1000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읽은 뒤 동네에서 코카콜라와 껌, 잡지를 방문판매하며 돈을 모았다.
그는 또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잡화점에서 일을 했고, 신문을 배달했다.
14세 때 첫 부동산 투자를 했을 때 사용한 1200달러도 이렇게 스스로 모은 자금이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사업에 뛰어들기를 바랐다.
하지만 아버지 반대로 펜실베이니아대에 입학했고, 고향인 네브래스카대로 옮겨 경영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1950년대에는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재학 당시 은사이자,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독립했다.
그는 기업 내재 가치에 기반해 주식을 선택하고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전략으로 자산을 불려나갔다.
40대 초반에 백만장자가 된 뒤 버크셔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기업 내재가치를 계산하면 주당 19달러가 돼야 하는데, 주가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버크셔를 인수했고, 에너지와 은행, 항공, 식품 등 실물 경제와 관련한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1682억달러(약 235조원)의 자산을 지닌 버핏 회장은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브스가 집계하는 갑부 순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다른 갑부들과 달리 소박함을 추구하는 삶으로 유명하다.
고가의 미술품을 수집하거나 화려한 저택을 소유하지 않았다.
1958년 3만1500달러에 구입한 오마하의 조용한 주택에서 여전히 거주한다.
식습관도 평범한 중산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 3회 이상 맥도날드 치킨너겟을 먹고, 감자칩을 간식으로 즐긴다.
하루 평균 5캔의 코카콜라를 마신다.
버핏 회장은 지난 2013년 CBS 인터뷰에서 “화려한 옷도, 비싼 음식도 필요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억만장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다.
자신의 재산 99%를 자선 사업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그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함께 다른 억만장자들을 상대로 기부 운동을 벌이고 있다.
[명순영 기자 myoung.soonyou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0호 (2025.05.21~2025.05.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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