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보안을 위해 내·외부 네트워크 망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이른바 '망분리' 규제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으로 일부 완화된 덕분이다.
예·적금과 관련한 단순 상담 수준을 넘어 은행원의 업무를 대폭 경감해주고, 고객의 투자 관련 검색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서비스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서비스도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야 할 수 있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작년 11월 금융위에서 AI 관련 서비스를 대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고 올 들어 본격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AI 서비스 '금융상담 에이전트'를 내놓았다.
프라이빗뱅커(PB)와 기업금융담당역(RM)의 업무 중 단순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업무에 활용되고 있다.
가령 PB들은 매일 아침 관리하는 고객에게 제공할 시장 상황 분석 리포트 작성과 이를 기반으로 한 포트폴리오 제안 스크립트를 쓰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일반적인데, 'PB 에이전트'를 통해 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국민은행 측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작년 4개 AI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고, 이를 차례로 현장에 선보이고 있다.
LG CNS와 손잡고 'GPT 모델'을 탑재한 '생성형 AI 금융지식 Q&A 서비스'를 오픈했으며 'AI 투자메이트'와 'AI 스튜디오' 서비스도 운용에 들어갔다.
지난달 말 선보인 AI 투자메이트는 고객이 신한은행 앱에서 관심 종목과 섹터만 등록하면 이에 걸맞은 최신 정보를 카드뉴스 형태로 제공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각종 정보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카드뉴스 형식으로 제공해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층 사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업 부서에서 타깃 고객을 찾아 마케팅하고 싶을 때는 AI 스튜디오를 이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생성형 AI를 내규 및 정책금융 상담, 대출 계약서 체크리스트 생성, 소비자 보호 AI 광고 심의 솔루션, 글로벌 내규 번역 등에 활용 중이다.
특히 수백 페이지에 이르는 인수금융·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여신 업무 계약서에서 중요한 것을 체크리스트 형태로 만들어주는 '계약서 체크리스트 생성'이 주목받고 있다.
직원이 수시간에 걸쳐 검토해야 했던 약정서 주요 내용을 빠르게 정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금융은 청약 상담까지 AI에 맡기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외부 AI 모델을 활용해 잦은 변경으로 혼선이 많은 주택 청약 관련 상담을 직원 대신 하게 하는 것이다.
NH농협은행은 지역의 고령층 고객이 타행 대비 많다는 점에 착안한 '고령층 맞춤 상담 서비스'에 AI를 도입한다.
AI가 고령층 고객이 이해하기 쉬운 금융 용어로 변환해주고 친숙한 말투와 큰 글씨로 상담해주는 것이다.
아울러 복잡한 정책금융 지원사업을 AI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고 해당 고객과 기업에 맞는 상품을 추천까지 해주는 'AI 정책자금 지원사업 추천 서비스'도 선보인다.
다만 이 같은 서비스를 위해선 금융당국에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야 한다는 점은 한계다.
보안을 위한 망분리 규제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권이 규제에 갇혀 선진국들은 이미 일찌감치 선보인 각종 기술 혁신의 절반도 펼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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