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돌려 받기 전 함부로 짐 빼면 안돼요”...임차권등기 완료 3일 전 이사했다 날벼락

살던 집 경매, 전세보증금 날릴 판

서울의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외벽에 전월세 안내판이 붙어있다.

[김호영 기자]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세입자가 임차권 등기를 신청했더라도 등기 완료 전 이사했다면 애초 가졌던 임차권의 대항력(임차인이 제삼자에게 임대차관계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임차권 등기를 마쳤더라도 자격 유지에 흠집이 있다면 향후 보증금의 온전한 반환이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세입자들의 주의가 당부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 11일 서울보증보험이 부동산 매수인 이모 씨를 상대로 낸 임대차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지난달 15일 원심의 원고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해당 주택에 살던 세입자(임차인) A씨는 2017년 2월 집주인(임대인) B씨와 보증금 9500만원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확정일자까지 부여받아 대항력을 갖췄다.


이후 2018년 1월 B씨가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아 해당 주택에는 A씨 임차권보다 후순위로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문제는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2019년 2월 발생했다.

A씨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던 것이다.

A씨는 보증보험 계약을 맺은 서울보증보험에 보증금 채권을 양도했고, 서울보증보험은 A씨를 대신해 2019년 3월 12일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했다.


임차권등기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주택 등기부에 기재하는 제도다.

법원은 3월 20일 임차권등기를 명령했으나 등기가 완료된 것은 4월 8일이었다.

세입자는 등기 완료 전인 4월 5일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고 이사를 했다.


이 집은 이후 강제경매에 넘겨져 이씨가 2021년 7월 매수했다.

서울보증보험은 A씨로부터 양도받은 보증금 채권 가운데 경매 배당으로 다 받지 못한 잔액을 지급하라며 이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의 대항력이 살아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임차권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집을 비우면 대항력은 일반적으로 소멸한다.


1심과 2심 법원은 그러나 대항력이 유지된다고 판단했다.

A씨가 집을 비우기 전 법원의 임차권등기명령이 있었고 강제경매 전 등기가 완료됐으므로, 임차권등기 제도의 취지를 감안하면 A씨에게 대항력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가 임차권 등기 완료 전에 집을 비운 이상 대항력은 소멸했고, 이후 임차권 등기가 완료됐더라도 기존 대항력은 되살아나지 않으며 등기 완료 시점을 기준으로 새로운 대항력이 발생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A씨의 대항력은 근저당권자보다 후순위가 됐고, 주택이 경매에 넘겨져 근저당권이 소멸하면서 후순위 대항력을 갖춘 임차권도 함께 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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