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이 역대 최대 이익을 기록했으나 부실에 대비하는 능력은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채권(NPL)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을 나타내는 NPL커버리지 비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며 금융당국 권고치인 100%에 근접한 것이다.
경기 악화에 부실채권이 쌓이는 속도가 정리하는 속도보다 빨라 충당금을 쌓는 데도 한계가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각 그룹은 2분기 이후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매각하는 등 NPL커버리지 비율 방어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부실채권 매매 시장에까지 불어닥친 한파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5일 4대 금융지주에 따르면 각 그룹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NPL커버리지 비율이 작년 1분기와 비교해 최소 25%포인트에서 최대 54%포인트까지 빠졌다.
올해 1분기 NPL커버리지 비율은
KB금융그룹 133.1%, 우리금융 132.7%, 신한금융 128.8%, 하나금융 115.2% 순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의 경우 비율이 110%대까지 내려오면서 당국 권고치인 100%에 가장 가까워졌다.
NPL커버리지 비율은 연체가 3개월 이상 된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의 비율로, 은행의 건전성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NPL커버리지 비율이 높을수록 부실에 대비가 잘 돼 있다는 의미다.
4대 금융의 1분기 숫자는 금융당국 권고치인 100%는 넘어섰지만, 현재 속도로 계속 떨어진다면 방어하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각 사가 기록한 NPL커버리지 비율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저치다.
하나금융 역시 2020년 1분기 107.5%를 기록한 이래 2022년 말 195.8%까지 높였으나 이후 하향 곡선을 그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NPL커버리지 비율이 높을수록 반드시 좋다고 볼 수는 없지만 몇 년째 하강하는 현재의 추세는 다소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NPL커버리지 비율이 악화하는 건 경기 침체로 3개월 이상 연체한 대출이 늘어서다.
우리금융 대표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은 1조9920억원으로 작년 말과 비교해 5% 이상 늘었다.
반면 고정이하여신은 1조570억원으로 작년 말 7810억원과 비교해 35% 폭증했다.
분모 대비 분자가 훨씬 빠른 속도로 커지면서 비율이 내려간 셈이다.
이는 4대 금융의 주요 계열사에서 공통적으로 관측되는 현상이다.
금융사는 부실채권 매각에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실채권을 사고파는 부실채권 시장에서도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매각에 따른 손해를 크게 볼 것으로 예상돼서다.
신한은행의 지난 1분기 부실채권 매각은 1551억원으로 작년 말 2285억원에서 30% 넘게 줄었다.
이정빈 신한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상·매각 조건이나 가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번 1분기에는 평소하던 상·매각보다 전략적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주요 금융그룹은 일단 연말까지 NPL커버리지 비율이 예년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최악의 불경기를 겪고 있는 부실채권 매매 시장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금융사의 부실채권 매각도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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