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원 넘는 계좌’ 무려 10만좌…불안한 한국경제에 돈 쌓아두는 기업들

관련 통계 작성來 최초

서울의 한 은행에 걸린 금리 안내문의 모습. [사진 = 뉴스1]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예금 계좌가 사상 최다로 불어났다.

시장 금리 추가 인하가 예상되는 데다가 경제 불확실성이 늘며 기업이 은행에 대규모 자금을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은행의 저축성 예금 가운데 잔액이 10억원을 넘는 계좌 수는 10만좌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말 9만7000좌에서 반년 만에 3000좌가 늘어난 것이다.

고액 예금 계좌 수는 2021년 말 8만9000좌에서 2022년 6월 말 9만4000좌로 증가한 뒤 2023년 말까지 9만5000좌로 정체해 있다가 지난해 다시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고액 예금 계좌가 10만좌를 돌파한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2년 이후 최초다.

전체 잔액도 큰 폭으로 커졌다.

작년 말 기준 저축성 예금 중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계좌의 잔액은 총 815조8100억원으로, 6개월 전(781조2320억원)보다 34조5780억원(4.4%) 뛰었다.

이 잔액이 800조원을 넘은 것도 처음이다.

고액 예금 계좌 잔액은 2022년 말 796조3480억원에서 2023년 770조원대 초반까지 줄었다가, 작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반전했다.

기업이 신규로 개설한 계좌는 수시 입출금 방식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10억원 초과 정기예금과 저축예금은 각각 6만1000좌, 5000좌로, 반년 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기업자유예금이 3만1000좌에서 3만4000좌로 뛰었다.

기업자유예금은 법인 등이 일시 여유 자금을 은행에 맡기는 상품으로 이자보다는 유동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작년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데다가 비상계엄 사태까지 발발하면서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이 투자를 미루고 여윳돈을 쌓아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정기예금과 적금은 계좌 수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잔액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예금 잔액은 작년 6월 말 538조5310억원에서 연말 569조1020억원으로 5.6% 증가했고, 적금 등 저축예금 잔액은 10조5290억원에서 11조960억원으로 5.4% 불었다.

한은이 지난해 10월과 11월 연달아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시장금리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시각이 많아지며 고금리 예금 ‘막차’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한은은 분석한다.

작년 6월 말 연 3.50%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연 2.75%까지 떨어졌으며, 경기 침체 장기화 대응을 위해 연내 추가 인하가 예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