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예상치 못한 대형 산불과 폭설에 국내 손해보험사 실적이 악화됐다.

기후위기가 금융사 실적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신증권은 1일 주요 4개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익이 1조5830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 동기(2조2530억원)에 비해서는 30% 감소한 수준이다.

대신증권 외에도 이날까지 손보사 1분기 실적을 예측한 대부분 증권사가 주요 4개사에 대해 30% 안팎의 당기순이익 감소를 예상했다.


국내 손보사가 1분기에 저조한 이익을 거둔 이유는 잦은 산불에 있다.

3월 청도 산불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일어나 임야가 10만㏊ 이상 전소됐다.

재산 피해를 넘어서 33명이 사망하고 45명이 부상을 입는 등 인적 피해도 심각했다.


손보사는 장기보험에서 예실차 손실을 입었다.

예실차는 보험사가 예상한 보험금 지급액과 실제 지급액의 차이를 뜻한다.

올해 보험금 지급 예측에 실패한 것이다.

1분기 예실차는 삼성화재가 전년 610억원 흑자에서 올해 180억원 손실로 전환했다.

현대해상은 손실이 470억원에서 1230억원으로 확대된 것으로 추산된다.


산불에 따른 손해 확대는 4대 대형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농민 가입자가 많은 NH농협손해보험의 경우 이번 산불에 따라 2000억원대 손실액을 떠안을 것으로 보험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영남 산불 피해로 인한 전체 보험 접수 건 중 NH농협손보 비중은 6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월 중순 때아닌 폭설에 따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진 것도 손보사 순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보험사는 기후위기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최소화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손보사가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손실까지 예측 범위에 포함할 수 있다면 기후위기는 외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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