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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택이 올해 GS칼텍스 매경오픈의 주요 선수 애장품 이벤트에 내놓을 유틸리티 우드를 들고 샷 포즈를 취하고 있다. KPGA |
필드와 스크린을 넘나드는 '
하이브리드형 골퍼' 김홍택(31)에게 GS칼텍스 매경오픈은 인생 최고의 대회로 각인됐다.
지난해 제43회 대회에서 그는 빗속 혈투 속에 한때 5타 차 열세를 딛고 연장에서 역전 우승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거둔 첫 우승 과정이 워낙 짜릿하게 펼쳐졌기에 그는 1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최종일 4라운드에서의 샷, 퍼트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지난해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을 발판 삼아 국내 간판급 골퍼로 떠오른 김홍택은 올해 '한국의 마스터스'에서 또 한 번 우승을 노린다.
다음달 1~4일 경기 성남 남서울CC에서 열릴 44회 GS칼텍스 매경오픈을 앞두고 김홍택은 "디펜딩챔피언으로서 타이틀을 지키는 게 내 목표다.
대회장에 가면 올해부터 역대 우승자 깃발에 내 사진이 하나 걸릴 텐데, 2개 연속 이어서 내걸리도록 내 플레이를 마음껏 펼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43년간 이어진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한 건 2019년과 2020년에 연속 우승한 이태희가 유일하다.
다만 남서울CC에서 대회 2연패에 성공한 선수가 아무도 없어 김홍택은 이 기록에 도전한다.
김홍택은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는 "당시 어린이날에 우승했다.
돌을 앞두고 있던 딸 앞에서 처음 우승해 더욱 기억에 남는다"면서 "심심하면 우승 당시 영상을 본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솔직히 최종일 4라운드에서 전반 9개 홀까지는 잘된 플레이가 많지 않았다.
경기 내내 비가 계속 내려 '왜 중단되지 않을까' 하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13번홀(파4) 탭인버디로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스스로 "그분이 온 순간이었다"고 자평할 만큼 막판 5개 홀에서 3타를 줄이면서 우승 경쟁에 뒤늦게 가세했다.
결국 태국 선수 촌라띳 쯩분응암과 동률(합계 10언더파 274타)을 이룬 김홍택은 18번홀(파4)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파 퍼트에 성공하고 우승했다.
김홍택은 특히 4라운드와 곧장 열린 연장전이 펼쳐진 18번홀에서의 플레이를 잊지 못했다.
그는 "18번홀에서만 1~3라운드 내내 타수를 잃었고, 5타를 까먹었다.
드라이버로 티샷을 하는데 유독 잘 안 맞았다.
보통 남서울CC에서는 파4, 파5에서 드라이버 외의 클럽으로 티샷을 잘 안 하는 편이었는데 그때 4라운드와 연장전 18번홀에서 유틸리티 우드를 꺼냈다.
'이거라면 페어웨이를 지킬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뜻대로 됐고, 두 번 다 파로 잘 막아내 우승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당시 기운이 깃든 유틸리티 우드를 올해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진행하는 주요 선수 애장품 이벤트에 내놓았다.
그는 "내 골프 인생에 가장 큰 도움을 가져다준 클럽이다.
좋은 기운이 묻어 있는 만큼 골프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누구든 행운을 얻고, 골프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을 얻길 바란다"며 미소 지었다.
김홍택은 "아시안투어를 뛰면 외국 선수들이 남서울CC를 난도 높은 골프장으로 생각한다.
그 골프장에서 우승했다고 하면 외국 선수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더라"며 흐뭇해했다.
이어 우승 전략에 대해 "가장 난도 높은 16번홀은 무조건 파로 지켜야 한다.
18번홀도 파만 지켜면 다른 선수들의 실수를 기다려볼 수 있다"며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전략으로 접근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홍택은 겨울 비시즌을 누구보다 바쁘게 보냈다.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으로 아시안투어 2년 시드를 받은 덕에 인도, 마카오에서 열린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에 나섰다.
또 스크린골프 G투어에도 두 차례 출전하는 등 다양한 대회 경험을 통해 실전감각을 키웠다.
그사이 태국 방콕 인근에서 2주간 전지훈련도 소화했다.
키 173㎝, 몸무게 75㎏의 작은 체구지만 시원한 장타가 일품이다.
2020년 이후 5년 연속 평균 드라이버샷 300야드 이상을 때려냈다.
김홍택은 장타 비결로 "왼발에 체중을 싣고 체중 이동 없이 제자리 회전을 하는 느낌으로 스윙하면 정타율이 높아진다.
왼발에 힘을 실으면서도 상체가 무너지지 않는 데 신경 쓰는 편이라 하체와 등 운동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치밀한 플레이도 돋보이는 그는 올해 좀 더 정교한 골프로 시즌 3승을 목표로 제시했다.
김홍택은 "장타를 포기하지는 않았지만 평균 드라이버샷 1위는 포기했다.
반면 그린적중률은 2021년부터 3년간 1위를 했다가 작년에 2위로 내려갔다.
올해는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수준으로 샷을 좀 더 정교하게 가다듬어 한 시즌 3승을 꼭 달성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춘천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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