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대국민 저작권 보호 실천의 해' 선포식에서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왼쪽 여섯째),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왼쪽 다섯째) 등 참석자들이 '콘텐츠 소비는 정당하게, 이용은 당당하게'라는 슬로건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최근 화제의 넷플릭스 TV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중국 내 초상권 침해'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중국 허베이성 한 소매점에 주인공들 사진을 무단으로 내걸고 식품을 파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심지어 중국엔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되지 않으니, 인기 K콘텐츠가 수많은 '해적판'으로 해외에 퍼졌으리라 짐작 가는 대목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보호원에 따르면 국내 불법복제물 이용률은 지난해 19.1%(2024년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 달했다.

우리 국민 10명 중 2명은 불법복제물을 이용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콘텐츠 불법 유통은 국제화·지능화·다변화되고 있다.

지난 한 해 해외 K콘텐츠 불법 유통량은 4억1400만건(해외 한류 콘텐츠 침해 실태조사)에 달했다.

해외 저작권 침해 사이트에 유통되는 콘텐츠 중 K콘텐츠 비중도 2022년 15%에서 2023년 15.4%, 지난해 17.5%로 증가세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선 정부 차원의 단속·정책에 더해 대중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영화·드라마 등 영상물은 물론 음악·웹툰·웹소설·출판물·게임, 폰트·이미지·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저작물을 이용할 땐 합법적 채널에서 정당한 대가를 내야 한다.

저작권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에 대한 배타적·독점적 권리'로, 저작권자의 동의 없는 유통·사용 모두 불법이다.


이에 문체부와 저작권보호원은 올해 '콘텐츠 소비는 정당하게, 이용은 당당하게'라는 슬로건과 함께 대국민 캠페인을 펼친다.

23일 유네스코 지정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맞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대국민 저작권 보호 실천의 해' 선포식을 열었다.

가수 십센치(10CM·권정열)가 홍보대사를 맡아 캠페인 노래 제작 등 활동에 나선다.

이날 선포식에 참석한 용호성 문체부 1차관은 "저작권 침해 사례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이 일어나고 있어 힘을 모아 대처해야 할 시점"이라며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은 세대·직종을 막론하고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 차관은 자신이 당한 저작권 침해 경험도 밝혔다.

그는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저서·번역서 등 책을 10권 출간했는데, 모 현역 교수님이 제 책의 '문화 자원 봉사'에 관한 내용을 한 자도 틀리지 않고 그대로 책에 쓰셨더라"며 "이른바 지식인이자 문화계에서 활동하며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을 분들도 남의 저작물을 도둑질하는 것을 보고 분노와 씁쓸함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럴 정도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바닥에 추락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짚었다.


저작권이 창작자와 소비자는 물론 국가 경제에 갖는 의미도 커졌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조사보고서(2021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저작권 산업의 명목 부가가치는 약 208조원으로, 전체 국내총생산(GDP) 대비 11%다.

이는 전체 산업 중 제조업(24.8%)에 이어 2위 규모다.

또 한국은행 통계에서 지난해 저작권 무역수지는 전년 대비 약 29% 성장한 33억6000만달러(약 4조9000억원) 흑자(1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저작권 정책 분야에선 모범 사례도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은 미국 상공회의소 산하 글로벌혁신정책센터(GIPC)가 발표하는 국제지식재산지수(IP Index) 중 저작권 분야에서 올해까지 4년 연속 세계 7위에 올랐다.

미국,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에 이은 순위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에서 약 90%를 차지하는 55개국을 대상으로 국가별 지식재산권 수준을 평가하는, 국제 공신력이 높은 지표로 저작권은 물론 특허, 상표, 집행, 조약 등 10개 분야에서 순위를 매긴다.


저작권 분야는 저작권 보호 기간, 배타적 권리 인정 여부, 온라인 침해 방지 협력, 정부 기관의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 등 7개 지표에서 점수를 매기는데, 한국은 7점 만점에 5.99점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4월 영문본으로도 배포된 '생성형 인공지능(AI) 저작권 안내서'에 'AI 개발자들이 저작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한 것이 높이 평가됐다.


지난해엔 'K콘텐츠 불법유통 근절 대책' '인터폴과의 국제 공조 활동'을 추진한 점이 우수 사례로 언급되기도 했다.

저작권 외에 영업비밀, 특허, 상표 등 총 10개 분야를 아우른 한국의 종합 순위는 지난해보다 1계단 오른 세계 10위로 나타났다.



공동기획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저작권보호원, 매일경제신문사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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