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상호관세를 유예하겠다고 밝힌 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일본·대만의 증시가 두드러진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외국인투자자의 거래 비중이 작고 변동성이 큰 코스닥이 가파르게 올랐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관세 유예가 발표된 지난 10일부터 이날까지 11.2% 상승했다.


나스닥종합지수에 비하면 두 배 가까운 상승 폭이며 일본이나 대만 주요 지수보다도 크게 올랐다.

이 기간 코스피는 8.49% 오르며 이날 2488.42로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같은 기간 3만5725.87에서 3만4279.92로 올라 8.09%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큰 대만의 자취엔지수도 이 기간 9.86% 올랐다.


미국과 치열한 무역 전쟁을 벌이면서 관세 유예 대상에서 빠진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3.28% 오르는 데 그쳤다.


이날 하루 동안 한국·일본·대만 중에서는 한국 증시가 선방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 덕에 코스피는 0.12% 상승하며 강보합으로 마감했지만, 일본 증시는 엔화 강세와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수출주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쏟아져 1.3% 하락했다.

또한 미국과의 관세 협상 불확실성으로 인해 저가 매수세도 제한적이었다.

자취엔지수는 대장주 TSMC가 관세 부과로 인한 매출 성장 둔화 우려로 1.76% 하락하면서 1.49% 내렸다.


관세 전쟁의 중심에 있는 미국의 주요 지수들도 회복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6.67%, 대형주 위주로 꾸려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02% 올랐다.

중소형주 위주로 변동성이 큰 러셀2000지수는 6.81% 올랐다.


이 기간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발표를 앞뒀던 유럽의 유로스톡스50지수는 3.39% 상승했다.


글로벌 증시를 끌어내렸던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직전 수준까지 회복한 곳은 주요국 중 한국 증시뿐이었다.

국가별 상호관세율이 발표됐던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는 0.7% 떨어졌다.

코스닥은 이 기간 오히려 4.47% 상승했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등 미국의 관세 부과 외에도 다양한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었고, 밸류에이션(평가가치)도 바닥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좋은 회복력을 나타낸 셈이다.


코스닥지수는 국내 증시에 이어지는 외국인 매도세를 피하면서 글로벌 증시에서도 돋보이는 수익을 거뒀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지난 3일부터 9조원 순매도했지만 코스닥에서는 6300억원어치를 파는 데 그쳤다.


코스닥은 규모가 작아 변동성이 크기에 개인투자자의 저가 매수세와 더불어 지수 상승에 따른 기관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수급이 들어와 지수를 견인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닥이 많이 빠졌던 만큼 반등세에 일정한 포지션을 채워 넣기 위한 기관 수급이 들어왔다"며 "규모가 큰 코스피보다는 코스닥이 기술적 수급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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