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북미 전용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텔루라이드에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시스템 탑재를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회 충전 시 1000㎞ 이상 주행 가능한 최첨단 전기차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기아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극복 해법으로 EREV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기아 협력사 등에 따르면 기아는 여러 라인업 중 북미 전용 플래그십 SUV인 텔루라이드 모델에 처음으로 EREV 시스템 탑재를 검토하고 있다.


EREV는 한마디로 완전한 전기차에 가까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일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엔진이 주동력원, 배터리가 부동력원의 역할을 한다면 EREV 시스템은 그 반대다.

대용량 배터리가 주된 동력 생산 역할을 맡되, 엔진은 동력 생산을 하지 않고 배터리를 충전하는 발전기 역할만 한다.

순수전기차의 경우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가 아직 500㎞ 남짓한 수준인데, EREV 시스템을 활용하면 1000㎞ 이상으로 주행 가능 거리가 늘어난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현대차 싼타페, 제네시스 GV70 등 중형 SUV에 EREV 시스템을 탑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 텔루라이드는 이들보다 체급이 높은 준대형 SUV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차세대 순수하이브리드(HEV) 시스템을 팰리세이드에 탑재하면서 준대형 SUV로 하이브리드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데, 텔루라이드 EREV 개발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기아 차종 중 북미 전략 차종을 골라 EREV를 개발하는 점 역시 눈길을 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8월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2026년 말 북미와 중국에서 EREV 양산을 시작한다"면서 EREV의 타깃 시장이 미국과 중국임을 밝힌 바 있다.

준대형 SUV는 미국에서 인기가 많은 차급이지만, 대부분이 순수 가솔린 대배기량 엔진 차종이라 연비와 환경 규제 측면에서 불리하다.

해당 차급에서 미국 판매량 상위권은 쉐보레 타호, 도요타 그랜드 하이랜더, GMC 유콘, 쉐보레 서버번 등이 차지하고 있는데 그랜드 하이랜더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다.

미국 조사 업체 '굿카배드카'에 따르면 텔루라이드의 올해 1분기 미국 판매량은 2만9843대로 쉐보레 타호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현대차그룹이 싼타페, GV70, 텔루라이드 등 EREV를 탑재하려는 차량의 생산을 미국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맡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HMGMA는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마련됐으나, 순수하이브리드차에 이어 EREV도 혼류 생산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이외에도 2028년 이후 투입될 신형 픽업트럭 현대차 'TE'(프로젝트명), 기아 'TV'(프로젝트명)에 EREV를 탑재할 전망이다.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순수하이브리드차 개발을 건너뛰고 EREV 개발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스텔란티스그룹은 미국 브랜드 램의 픽업트럭인 '램 1500'의 EREV 버전을 개발 중으로, 목표 항속거리는 1100㎞다.

포드 역시 대형 SUV와 트럭 부문에서 전기차 대신 EREV를 도입한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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