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바꿀 10개의 질문] 대한민국은 준비됐는가 미래가 달린 10가지 질문


만인의, 만인에 대한, 질문의 시대다.

챗GPT에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질문의 깊이에 따른 격차는 무섭게 벌어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디바이드가 아니라 '퀘스천 디바이드'라 할 만하다.

대한민국 과학기술계 대표 석학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자문하고 자문해, 단 하나의 질문들을 뽑았다.


대한민국의 명운을 바꿀 수도 있는, 후학들이 10~20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미래 기술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매일경제신문은 연중기획으로 10가지 질문을 파고든다.



01 벤자민 버튼처럼 다시 젊어질 수 있을까
이준호 서울대 교수, 이승재 카이스트 교수
저속노화라는 신조어가 뜨는 요즘, 과학자들은 '거꾸로 노화(reverse aging)' 연구에 한창이다.

2000년대 텔로메라아제(세포 시계 역할을 하는 DNA 조각들) 연구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야마나카 인자' 발현 조절에 도전하고 있다.

노화세포 제거, 젊은 피 수혈, 세포 재프로그래밍 등 다양한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세포를 넘어 인간 개체 수준까지 적용될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고령화 해결과 건강수명 연장에 필수인 역노화 기술로, 인류는 다시 젊어질 수 있을까.

02 미생물서 지속가능 플라스틱 뽑는다면
이상엽 카이스트 교수, 서상우 서울대 교수
기후위기와 화석연료 고갈, 플라스틱 과잉 소비까지 지구가 직면한 3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대한민국에서 나온다면 어떨까. 이산화탄소와 메탄 같은 온실가스를 탄소공급원으로 사용해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는 '균주를 개발하는 것(strain development)'은 시스템대사공학의 핵심 난제 중 하나다.

이런 미생물 세포 공장을 만들 수 있다면 기존 석유화학산업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속가능한 제조기술'로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03 신종 바이러스 백신 미리 만들 수 있나
신의철 카이스트 교수, 박수형 카이스트 교수
인류는 지난 20년간 여러 팬데믹을 겪었다.

언제 또 새로운 바이러스가 지구를 덮칠지 모른다.

신종 바이러스를 예측하고, 어떤 변이에도 대응할 수 있는 '범용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체 기반 백신과 T세포 기반 백신을 합쳐 아직 출현하지 않은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mRNA 플랫폼이나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해야 한다.



04 가상현실 넘어 뇌내현실의 시대 올까
이대열 존스홉킨스대 교수, 백세범 카이스트 교수
'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뇌공학자들이 열심히 연구한 결과 지금은 감각이나 운동과 관련된 뇌 기능이 손상된 경우 전기적으로 뇌를 자극해 부분적으로 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뇌의 비밀을 푸는 과정에서 기계적 장치로 외부에서 뇌를 자극해 인지 작용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이 구현된다면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궁극적으로 가상현실보다 더 뛰어난 뇌내현실을 실현할 수 있을까.

05 컴퓨터, 사람의 뇌처럼 작동할 수 있나
석민구 컬럼비아대 교수, 전동석 서울대 교수
지금 사용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는 폰 노이만 아키텍처 기반인데 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뉴로모픽 아키텍처다.

뇌의 뉴런과 시냅스를 모방한 구조로 폰 노이만 아키텍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을 완성시키려면 신경망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 3차원 반도체 설계 등 여러 기술적 난관을 넘어야 한다.

인간의 뇌처럼 높은 연산 효율을 가진 뉴로모픽 칩을 개발할 수 있을까.

06 나노미터도 크다, 옹스트롬 칩 언제쯤
신창환 고려대 교수, 이철호 서울대 교수
이제 나노가 아니라 '옹스트롬(Å)'이다.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 공정 기술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새로운 기술들이 실현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 반도체 경쟁 우위를 이어나가려면, 지금부터 나노미터(㎚)의 10분의 1인 '옹스트롬급 단위'의 반도체 제조 공정 기술 개발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랜드 퀘스트 팀은 우리나라 반도체 개발자들이 옹스트롬이라는 화두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고 했다.

실현 불가능할 것 같은 꿈일지라도, 가슴 뛰는 꿈을 꾸자는 제안이다.



07 AI 시대를 이끌 새로운 반도체 소재는
염한웅 포항공대 교수, 최성율 카이스트 교수
반도체 업계는 실리콘 기판 대체재를 찾느라 분주하다.

실리콘 기반 소자의 한계가 도래할 때를 대비해 새로운 소자로 패러다임 전환을 고민할 때다.

차세대 소자기술의 핵심은 아주 소량의 전력으로도 복잡한 다진법 연산 등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멤리스터, 엑시톤 소자, 솔리톤 소자 등이 새로운 반도체 소자 후보로 등장했지만, 아직 풀어야 할 기술적 난제가 많다.

특히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 플랫폼에 조화롭게 통합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해결하는 것이 과제다.



08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화면인가
홍용택 서울대 교수, 박재형 서울대 교수
텔레비전, 스마트폰, 스마트워치처럼 생필품이 된 디스플레이 기술은 어떻게 진화할까.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손짓으로 제어하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아이언맨'에는 늘리고 줄이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가 등장한다.

이런 디스플레이 기술이 구현되면 인간이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다.

과학계에서는 현실과 화면의 경계를 허무는 도전이 계속되고 있는데, 교육과 의료, 엔터테인먼트는 물론 산업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게임체인저다.



09 획기적 효율 태양전지 만들 수 있나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 남기태 서울대 교수
현재 태양전지의 에너지 변환효율은 최대 47.6%인데, 세계는 이를 60%까지 끌어올릴 방법을 고민하는 중이다.

다중 엑시톤 생성, 무한대 PN 접합, 메타물질을 이용한 광자 분리, 극저온 전자 제어 등 다양한 방향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변환효율 60% 기술을 개발하기 어려운 이유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가장 중요한 기술에 대한민국 공학도와 기업들이 도전해보자.

10 다가오는 초지능, 인간과 공존하려면
홍성욱 서울대 교수, 김건희 서울대 교수, 천현득 서울대 교수
사람처럼 생각하는 일반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과 초지능(super intelligence)은 언제쯤 등장할까. AGI 시대가 도래한다면 인공지능과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어떤 대비가 필요할까. 영화 '터미네이터'에서처럼 AG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는 징후를 포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양날의 검'이 될 AGI와 초지능의 등장이 몇 년 남지 않았다.

인류는 그 안에 블랙박스 상태인 인공지능의 속내를 이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발전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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