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부터 41번째 출전
27번 컷 통과 톱10 9차례
1985·1993년 두차례 우승
첫 출전 땐 모든 것 꿈만 같아
이글잡고 우승한 13번홀 각별
이제는 우승 경쟁력 떨어졌고
아킬레스건 수술로 걷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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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첫 우승을 한 뒤 그린 재킷을 입은 베른하르트 랑거(오른쪽). 베른하르트 랑거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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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두 번째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한 뒤 그린재킷을 입고 있는 베른하르트 랑거. 베른하르트 랑거 인스타그램 |
“믿기지 않는 여정이었다.
마스터스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골프 대회다.
”
8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인터뷰실에 앉은 ‘살아있는 골프 전설’ 베른하르트 랑거(독일)는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아 작별의 메시지를 전했다.
1982년 첫 출전한 이후 1985년과 1993년 두 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랑거. 그는 지난 43년의 세월을 돌아본 뒤 “인구가 800명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골프라는 개념조차 없던 독일에서 출발해, 마스터스에 초청받아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 그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고 회상했다.
당시 매그놀리아 레인을 따라 클럽하우스로 들어서는 길, 완벽하게 관리된 코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회 운영 등은 그의 골프 인생에 큰 충격이자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후 랑거는 1985년 우승으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최초의 독일 선수로 이름을 올렸고 이후 2011년과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은 2024년을 제외하고는 늘 마스터스 무대에 섰다.
랑거는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대해 “선수와 챔피언, 팬, 그리고 언론 모두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라 말하며, 드라이브, 칩 앤 퍼트 대회, 여성 아마추어 챔피언십, 그리고 세계 각지에서의 골프 후원 활동들을 통해 마스터스 브랜드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높이 평가했다.
두 번의 우승으로 평생 출전권을 보유한 랑거는 이날 “코스가 너무 길어졌고 나는 짧아졌다.
경쟁력이 더 이상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며 은퇴 결심의 배경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어 “7500야드가 넘는 길이의 코스에서 나는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그린에 접근해야 하지만, 젊은 선수들은 9번 아이언이나 웨지로 친다”며 현실을 받아들였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여전히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챔피언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랑거는 “지난해 아킬레스건 수술로 인해 예정됐던 은퇴 시점을 미뤘다”며 “지금은 회복 과정이 최고 골프 기량을 위한 과정이 아닌 ‘일상의 기능 회복’을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PGA투어 챔피언스에서는 대부분 카트를 타고 이동하지만, 마스터스는 걸어서 라운드해야 하기에 체력적으로도 큰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자신의 마지막 도전을 앞두고 랑거는 13번홀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우승을 차지했던 1985년 3라운드와 1993년 최종라운드에서 모두 이 홀에서 이글을 잡으며 우승에 한 발짝 다가선 바 있다.
랑거는 “이 홀은 아름다움과 전략적 난이도 모두 갖춘 기억에 남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홀에서 완벽하게 친 샷이 나뭇가지에 맞아 오히려 트리플 보기로 연결됐던 아쉬운 기억도 덧붙이며 골프의 예측 불가능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랑거는 키 175cm에 몸무게 72kg의 평범한 체구지만 1972년 프로 전향 이후 유러피언투어(현재 DP월드투어)에서 61승을 거둔 뒤 PGA투어에 도전했지만 3승에 그쳤다.
문제는 퍼팅이었다.
랑거는 1989년 심각한 퍼팅 이슈로 은퇴를 고민했고 많은 사람의 도움을 통해 다시 필드에 설 수 있었다며 감사함을 전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폐기된 대나무 샤프트 클럽 몇 개로 골프를 시작했다고 말한 그는 “그때 휘어진 퍼터 때문에 퍼팅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농담 섞인 회상을 전하기도 했다.
2007년 PGA투어 챔피언스 무대로 들어선 랑거는 ‘롱퍼터’를 들고 제 2의 전성기를 만들었다.
무려 47승, 18년 동안 매년 한 차례 이상 우승을 하는 진기록도 수립했다.
챔피언스 투어 최다승 기록, 최고령 우승 기록도 모두 랑거의 몫이다.
올해 마스터스에서 41차례나 출전한 선수는 랑거밖에 없었다.
경기력뿐 아니라 성품과 신념으로도 후배들에게 깊은 영향을 끼쳐 온 랑거는 “젊은 세대가 성공하려면 헌신과 희생, 집중력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특히 골프는 변화무쌍한 스포츠로, 꾸준함과 건강, 좋은 팀워크가 오랜 성공의 열쇠라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마스터스를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골프 대회”로 표현하며 “선수로서 이토록 오랜 기간 이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은 큰 축복”이라며 깊은 감사를 전했다.
오거스타 조
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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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마지막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위해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 선 베른하르트 랑거의 모습. 베른하르트 랑거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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