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이후 장기간 침체
3월 거래량 늘고 신고가
대통령 집무실 세종 이전
민주당, 천도론에 불붙여
“예전에도 거품만 일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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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치러질 조기 대선으로 인해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이 집중 거론되면서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사진은 세종시 내 아파트 밀집지 전경. [사진 = 연합뉴스] |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6월 조기 대선 국면에 들어서면서 대통령실 세종 이전과 행정수도 완전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락세를 거듭하던 세종 부동산도 신고가로 거래되는 등 벌써부터 꿈틀거리는 모양새다.
7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3월 세종시 아파트 거래량은 684건을 기록했다.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 11월 266건, 12월 286건, 올해 1월 298건, 2월 372건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3월 한 달 새 2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아파트 매물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3월 3일 8112건이었던 세종시의 매물은 이달 7일 기준 7441건으로 671건이 감소했다.
세종시 나성동에 있는 황소플러스 공인중개사무소의 김호진 대표는 “최근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한 외지 투자자들의 문의가 늘었다.
실수요자들도 이러다 가격이 올라가겠다며 매수해 저가 매물은 거의 사라진 상태”라며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종시의 이 같은 부동산 열기에는 정권 교체 가능성과 함께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세종시에는 국회의사당 분원과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위한 용지가 확보돼 있다.
여기에 조기 대선이 다가오며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실 세종 이전과 함께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완전 이전하는 내용을 검토하자 시장에도 ‘천도론’(행정수도론)이 다시 불붙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세종시는 부동산 상승기와 천도론이 겹쳐 2020년 한 해에만 집값이 42.3% 상승하는 ‘급등기’를 맞은 바 있다.
그러나 2021년부터 내리 집값은 하락세에 접어들었고 최근에는 전고점 대비 반값 수준에 아파트가 거래되는 등 ‘냉각기’를 맞이했다.
여러 정부 부처가 세종시에 자리를 잡았다고 해도 공무원을 제외하면 일자리가 부족하고,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 또한 한계로 꼽혔다.
하지만 올 3월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세종시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나성동 나릿재2단지 리더스포레 전용면적 84㎡(41층)가 지난 3일 11억8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전달인 2월 19일에는 같은 면적 40층 매물이 11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그 이전까지는 2023년 6월에 거래된 41층 11억4000만원 매물이 ‘최고가 거래 사례’였다.
전고점 대비 반값 수준까지 매매가격이 내려왔던 세종시 ‘반값 아파트’들도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
세종시 대평동 해들6단지 e편한세상세종리버파크 전용 99㎡(18층)는 지난 2월 20일 6억5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 대비 8억원 하락했지만 지난달 22일 같은 면적 20층 매물이 9억7500만원에 거래되며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아직 세종시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하락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세종시의 아파트 가격은 올해에만 1.04% 하락했다.
하지만 KB부동산의 주간 아파트 시장 동향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하락세를 거듭하던 세종시 아파트는 지난주 하락에서 보합으로 전환됐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 교수는 “행정수도를 완전 이동하면 세종 집값이 바닥을 딛고 올라갈 수는 있다”면서도 “반면 법 개정 등 여러 절차가 필요하고 과거에도 집값 과열의 원인이 됐단 점은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세종포천고속도로’로 수도권에서 세종까지의 출퇴근이 쉬워질 전망인 데다 서울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를 경험한 시장 참여자들이 현재 같은 부동산 불경기에 선뜻 세종 주택을 매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문에 의해서 가격이 오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지금은 세종시 경기가 회복되지 않아 살아나기 어렵다”면서도 “차기 정부가 정말로 청와대를 옮긴다든가 국회가 옮겨간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겠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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