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액수 1위 KB국민은행 694억
사고 건수 1위 NH농협은행 16건
김재섭 “내부통제 작동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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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은행 ATM 기기에서 고객들이 거래를 하고있다. (매경DB) |
지난해 은행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피해액은 1877억원으로, 최근 5년 사이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건수 역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사고 액수가 가장 큰 곳은 KB국민은행으로 확인됐다.
이에 금융권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은행별 금융사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을 포함해 국책은행·지방은행까지 총 15개 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피해액은 총 1877억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사고 금액은 사고 발견 시점을 기준으로 집계된 금액으로 실제 피해액은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사고 피해액은 증가 추세다.
2020년 68억5200만원이던 피해액은 2021년 316억8000만원으로 급증했고, 2022년에는 914억7100만원으로 치솟았다.
2023년 한 해 동안 잠시 주춤하는 듯 666억800만원을 기록했으나, 불과 1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2020년과 비교하면 피해액이 27배 증가한 셈이다.
은행별 피해액에서는 KB국민은행이 694억23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KB국민은행은 2022년 149억6900만원의 금융사고 피해를 입은 뒤 2023년에는 피해 규모가 4억2300만원으로 다른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로 일어났다.
그러나 지난해 3월 104억원 규모의 사고가 터졌고, 12월에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135억6290만원이 피해로 이어지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금융사고 규모에 비해 회수율은 낮았다.
사고액 694억2300만원 가운데 12억6700만원을 회수해 1.8%의 회수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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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은행별 금융사고 현황. (자료=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 |
NH농협은행·우리은행의 피해액도 상당하다.
지난해 NH농협은행에서는 허위 매매 계약서를 이용한 109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고를 포함해 총 453억7600만원에 달하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우리은행은 383억3300만원 규모의 사고 피해를 기록했는데,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249억원대 부당대출 사건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은행권 전체 사고 건수 역시 5년 사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금융사고는 총 61건으로, 2023년 30건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20년(37건), 2021년(32건), 2022년(31건)까지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급격히 불어났다.
은행별 사고 건수로 보면, NH농협은행이 16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국민은행이 13건, 우리은행이 11건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제주은행과 한국산업은행은 지난 5년간 금융사고가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이처럼 금융사고가 급증하면서 은행권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여전히 허술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은행들은 사고 발생 때마다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김재섭 의원은 “자본 시장 밸류업은 물론, 신뢰 회복의 출발점은 금융기관의 투명성과 내부통제 시스템의 강화라고 본다”며 “최근 몇 년 사이 관련 사고나 위반 사례가 급증했다는 것은 내부통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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