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수 없으니 갈수도 없습니다”...온라인 예매 앞에 막힌 프로야구 ‘직관’ 장애인 팬들이 운다

프로야구 ‘개막 전경기 매진’ 역대급 인기에도
장애인 팬들 “온라인 예매 사실상 불가능해”
7개 구단서 장애인석 포함 전좌석 온라인 판매
장애인석마저 일부 장애인만 이용 가능해
암표상들, 장애인 팬 주요 타겟 삼기

예매에 어려움을 겪고 직관을 포기하는 장애인 야구팬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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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째 수도권 소재 A구단을 응원 중인 시각장애인 조성기 씨(52)는 “시각장애가 있기에 오히려 TV 중계 소리를 듣는 것보다 직접 야구장의 현장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끼는 걸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씨가 마지막으로 경기장에서 야구 경기를 관람한 건 수년 전이다.

야구장에서 도보로 30분 거리에 살고 있지만 시각장애인인 그에게 온라인 예매는 야구장을 찾아가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조씨는 “예매가 너무 어려워 경기장에 가는 건 꿈도 꾸기 힘들다”며 “전 좌석을 온라인으로만 우선 판매하는 데다가, 예매 과정에 장애인 지원이 전무해서 혼자서는 예매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프로야구가 뜨거운 열기 속에 개막했지만 장애인 야구 팬들에게 ‘직관’(직접 관람)은 먼 이야기일 뿐이다.

높은 온라인 예매 난이도에 암표상까지 기승을 부리는 탓에 야구장 방문을 포기하는 장애인 팬들이 늘고 있다.


장애인 팬들이 온라인 예매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대다수 구단은 전 좌석을 온라인으로만 판매 중이다.

25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KBO리그 10개 구단 중 장애인 및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현장 판매석을 마련한 구단은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KT 위즈 단 3개 구단에 불과했다.


장애인 전용 좌석조차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 팬이 한정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모든 KBO리그 구장은 전체 좌석의 최대 1% 규모를 장애인석으로 확보해 판매 중이다.

하지만 장애인석 역시 전 좌석이 온라인으로 우선 판매돼 일부 인기 경기에 대해서는 장애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일반 좌석과 마찬가지로 예매 난이도가 무척 높다.

일부 구장에서는 장애인석을 휠체어를 탑승해야 할 정도의 하반신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만 판매해 장애인석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장애인 팬들도 많다.


예매처에 따라 일부 장애인 팬들의 온라인 예매에 반드시 필요한 대체텍스트 기능도 제공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현재 KBO리그 온라인 예매는 구단에 따라 티켓링크(KIA, LG, 삼성, KT, 한화, SSG), 인터파크(두산, 키움), 자체 홈페이지(롯데, NC)로 나뉘어 있다.

그중 대체텍스트 기능을 제공하는 건 인터파크와 자체 홈페이지를 사용하는 4개 구단뿐이라 일부 장애인 팬들은 나머지 구단 경기를 예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량의 현장 판매석마저 암표 거래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으로 예매한 티켓과 달리 현장 판매석은 구매 즉시 실물 티켓으로 교환되기에 암표에 대한 추적과 관리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현장 판매석은 암표상들의 주요 타겟”이라며 “현장 판매석이 암표로 재유통되는 경우가 많아서 부득이하게 전 좌석을 온라인으로 우선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장애인 팬들이 암표 피해를 겪는 사례가 많단 점이다.

치열한 경쟁 탓에 온라인 예매를 포기한 장애인 팬들은 매진된 인기 경기 직관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비싼 암표를 구매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야구팬 정 모씨는 “인기 경기를 직관하려면 경기장 창구에서 오랜 시간 기다려 취소표를 구하거나 웃돈을 주고 암표를 사야 하는 때가 많았다”며 “모바일 앱으로 하는 예매는 너무 어려워 포기했다.

(암표가) 비싸고, 불법인 걸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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