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달러계좌 700만개 돌파
“美 주식 열풍에 계좌 수 증가”
서학개미는 원화값 하락에 베팅

지난달 28일 달러당 원화값이 1463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미국 주식 투자 열풍으로 증권사를 통해 달러를 매매한 계좌가 전년보다 46% 늘어났다.

서학개미들은 원화값 하락에 베팅하며 달러RP 보관규모를 크게 늘렸다.


4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개 증권사(키움·미래에셋·삼성·NH·KB·한국투자·신한·토스·카카오페이)에서 달러 환전을 한 계좌(중복 제거)는 전년보다 46.2% 증가한 702만16개로 집계됐다.


이전까지 달러 환전 계좌 수가 500만개 밑에서 정체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2021년(430만6789개), 2022년(482만2706개), 2023년(480만1873개)과 비교하면 달러 환전 계좌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 주식 부진에 원화값 하락까지 겹치며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미국주식 직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대수익률 관점에서 지난해 국내증시가 미국 등 해외증시에 비해 부진했다”며 “투자자들이 자산 일부를 미국 주식으로 배분한 것은 자연스러운 경과”라고 해석했다.


익명의 증권사 관계자도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지금 미국주식 투자를 시작하기엔 늦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하반기에도 강세가 이어지자 미국주식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코스피(9.43%)와 코스닥(23.15%)은 하락했지만, 미국 S&P500지수(26.58%)와 나스닥지수(33.37%)는 큰 폭으로 올랐다.


이 밖에도 대형 증권사들이 앞다퉈 해외주식 거래수수료를 인하한 점이나, 개인투자자의 환전 편의성이 개선된 점 등이 달러계좌 증가의 요인으로 꼽혔다.


달러 환전 수요가 늘자 미국 주식 투자자가 환전한 자금을 달러RP(환매조건부채권)에 보관하는 수요도 늘어났다.


달러RP란 약정수익률을 지급하는 파킹형 단기금융상품으로, 달러RP 투자자는 자신의 달러 자금을 증권사에 일정 기간 거치하고 이자를 받는다.


이 기간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 투자자는 추가적인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대형 증권사 4곳(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NH)의 달러RP 보관금액은 지난달 26일 기준 약 44억3000만달러(6조5000억원)에 달해, 1년 전(약 32억9000만달러)보다 34% 증가했다.


서학개미들이 원화값 하락에 베팅해 미국주식 매매 차익을 원화로 재환전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가 제공하는 외화RP 자동매매 서비스도 서학개미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진영 미래에셋증권 해외채권상품운용팀장은 “달러RP 잔고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떨어진 원화값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8일 달러당 원화값은 1463원까지 하락해, 1년 전보다 9.5% 떨어졌다.


한편, 달러 투자자가 늘어나자 증권사의 환전 수수료도 덩달아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수의 증권사에서 연초 환전수수료가 올해 들어 전년 동기보다 4~50%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흐름에서 증권사는 환전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23년 외국환거래규정을 개정하며 증권사들에 일반환전 시장 진출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일반환전이란 금융투자 등의 특수 목적이 아닌, 여행·업무와 같이 일반적인 목적의 환전을 의미한다.

이전까지 일반환전 시장은 은행이 독점해 왔다.


현재 키움·신한·삼성·미래에셋·NH투자증권이 관련 인가를 확보했으며, 이들 기업은 연내 일반환전 서비스 개시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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