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책 당국이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활성화를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석기 선임연구위원·김현열 연구위원은 2일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활성의 필요성과 전제조건'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들은 장기고정금리 주담대의 장단점을 대출자(차주), 금융회사,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살펴봤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차주 입장에서 단기적으로는 금리가 상승한다면 고정금리가, 금리가 하락한다면 변동금리가 유리합니다.
그러나 금리 변동의 중장기 리스크를 고려하면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이더라도 장기 대출을 받는 차주에게는 고정금리 대출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장기 시장금리는 경기 상황, 물가 등 국내 요인뿐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 금리 등 대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가 예상하기 어렵고, 차주 입장에서는 장기고정금리 주담대를 선택해 중장기 금리 경로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을 완화할 유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추가로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차주들은 변동금리 대출이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보고서가 인용한 한국금융연구원 김현열·박춘성 연구위원의 '이자 비용 상승의 소비 감소 효과에 따른 미시 분석' 연구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p) 하락 시 변동금리 차주의 추가 소비 증가는 0.1% 정도였으나, 금리 1%p 상승 시 이들의 소비 감소는 2.2%로 훨씬 컸습니다.
보고서는 "금리 상승기 중 소비감소가 비대칭적으로 크게 나타났다는 점은, 차입 제약에 처한 변동금리 차주 비중이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영끌족'은 변동금리 상품을 이용했다면, 금리 상승 시 가계 소비에 대한 충격이 컸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취급하면 자산과 부채 만기 관리, 금리 위험 관리 등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금융회사가 커버드본드, 금리스와프 등 위험관리 수단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면 장기 고정금리 대출 취급에 따른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며 금융회사가 활용할 다양한 위험관리 수단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거시건전성 측면에서는 장기고정금리 주담대가 늘어나면, 소득과 소비가 감소하는 불경기에 차주의 이자 비용을 감소시키는 통화정책의 효과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통화정책에 있어 대외변수까지 고려해야 하는 우리나라는 불경기에도 충분히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못할 수 있어 변동금리 대출을 통한 경기 조절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입니다.
[ 고진경 기자 / jkkoh@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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