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바라본 심해 시추 산업의 모든 것



최근 동해 심해 가스전 프로젝트인 '대왕고래'사업을 두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오고 가는 가운데, 탐사 시추(Exploration Drilling) 산업과 관련 기술이 함께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심해자원 개발 경쟁 시대에 적극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잠재적인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 대왕고래 프로젝트, 사실상 '실패'…"에너지 자립 노력은 계속"

천연자원의 빠른 고갈 속도와 지속적인 에너지 수요 증가로 해저 시추 시장 규모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글로벌 해상 시추 시장은 지난해 약 312억 5천만 달러(한화 45조 781억 2천500만 원) 규모로 평가됐으며, 올해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CAGR) 8.2%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해 우리 정부도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탐사 시추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최근 대왕고래의 1차 시추 결과가 경제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와 사실상 실패라는 논란이 일고 있지만, 에너지 자립과 경제발전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에너지 자립도는 OECD 평균인 0.85보다 크게 낮은 0.1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노르웨이·나미비아 등 글로벌 에너지 확보 경쟁 치열

심해 시추를 통한 에너지 확보를 둘러싼 국가간 경쟁도 이미 치열합니다.

노르웨이는 지난해 상업적 규모의 심해채굴을 위해 자국 수역 내 해저를 개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노르웨이 정부가 채굴을 허용한 해역은 스발바르 군도(Svalbard archipelago) 근처 자국 수역으로, 전 세계 광물 자원량의 약 22%가 보존돼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 최근 아프리카 나미비아 인근 해상에서 심해 유전이 발견되면서 원유 생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에너지는 나미비아의 오렌지 분지(Orange Basin) 심해에 원유와 천연가스가 대량 매장돼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2030년부터 나미비아에서의 원유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나미비아 심해 시추가 향후 해양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 해저 시추 산업, 첨단장비 및 기술로 가속화

최첨단 장비 및 기술 발전으로 심해 시추 산업 발전 속도는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심해 시추는 일반적으로 탐사, 시추, 생산 및 폐쇄의 총 4단계 과정을 거치는데, 그 중 첫 단계는 탐사 단계로, 자원 매장 여부와 정확한 매장량 등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 과정입니다.

이는 고도의 기술력과 장비가 필요한 작업으로, 반잠수식 시추선(semi-submersible drilling rig), 드릴십(drillship), 해저 로봇(ROV, AUV) 등 첨단 장비가 활용됩니다.

이번 대왕고래 프로젝트에서도 세계적 해양 시추업체인 시드릴사의 '웨스트 카펠라호' 시추선과 최대 수심 1만2천 피트까지 시추 가능한 6세대 드릴십 등 최첨단 심해 장비와 기술이 총동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외에도 자원 매장 상태에 대한 정밀한 조사를 위해 3D 지진 탐사 기술과 원격 조종 로봇(ROV)등 신기술과 장비도 도입됐습니다.

◇ 심해 시추 사업의 최우선 과제는 비용과 환경

심해 시추 사업은 고비용, 고리스크 사업에 대한 의구심, 환경오염 등 여전히 한계도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권향엽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가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쓴 1차 시추 비용은 8천750만 달러(한화 1천263억 원)에 달했습니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환율 차이로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정부가 처음 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한 지난해 6월 3일 기준 환율(매매기준율 1천378.50)로 계산해도 한화로 1천206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심해 시추가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특히, 해저는 육지보다 접근이 어렵고, 환경 회복 속도가 매우 느립니다.

심해 시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 문제는 단순한 유출 사고 뿐만 아니라 메탄 하이드레이트 방출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 해양 생태계 파괴 등 다양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친환경 시추 기술 도입, 재생가능 대체 에너지 개발 등 환경적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한 심해 시추 산업 발전 논의도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 이기연 연구원 / lee.giyeon@mktv.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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