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대해 고율의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그 배경으로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자뿐 아니라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의 유입을 강조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멕시코와 접한 남부 국경과 캐나다와 맞닿은 북부 국경에서 불법 이민자와 펜타닐이 대량으로 유입되고 있고, 펜타닐 원료를 중국이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실제 남부 국경을 통해 상대적으로 빈곤한 중남미 국가에서 불법 이민자가 넘어오고, 중남미 국가에 기반을 둔 마약밀수조직(DTO)이 미국의 거대 소비시장을 노리고 마약을 대거 유통시키고 있다는 우려는 사회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반면, 북부 국경에서의 문제점은 비교적 생소한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한 캐나다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서 이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캐나다에서 펜타닐과 마약성 진통제 합성 실험실을 운영하는 멕시코 카르텔의 존재가 증가하고 있다"며 "불법 유통망과 국제우편으로 이뤄지고 있는 미국으로의 펜타닐 같은 불법 약물 유입은 공중 보건 위기를 야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또 캐나다의 '금융 거래 및 보고서 분석 센터'가 최근 불법 합성 마약성 진통제 수익금 세탁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면서 "이 연구는 주로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캐나다의 펜타닐 생산이 증가하고 있으며, 국제 마약 유통에서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인정했다"고 짚었습니다.
아울러 "미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지난해 멕시코에서 압수한 펜타닐보다 캐나다에서 압수한 펜타닐 양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펜타닐은 매우 강력해서 아주 작은 양으로도 미국 가정에 많은 사망자와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실제로 지난해 북부 국경을 넘어온 펜타닐 양은 미국인 950만 명을 죽일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에서 펜타닐 문제가 미국 공중 보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인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닌 대통령으로서 관세 부과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고 강조했습니다.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은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의 일종으로 헤로인보다 50배나 강력합니다.
미국에서는 펜타닐 과다복용으로 2022년에만 약 11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18∼49세의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했습니다.
또 중국 기업들이 현재는 미국에 직접 수출하기보다는 주로 펜타닐을 만드는 데 필요한 화학 원료를 멕시코의 마약밀매 조직에 공급하고 있으며, 멕시코에서 중국산 원료로 만든 펜타닐과 원료가 국경을 넘어 미국에 유통된다는 게 미국 정부의 판단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인 지난 2017년 10월에도 오피오이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2018년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펜타닐 규제 강화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관세 부과 근거로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 법은 1977년 발효된 것으로 외국에서의 상황이 미국 국가안보나 외교정책, 미국 경제에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험의 원인이 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에게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함으로써 경제 거래를 통제할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합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지난해 초까지 미국 대통령이 IEEPA를 활용한 것은 69건입니다.
[ 길금희 기자 / golde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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